美 향한 한의학…전 세계 석학들과 근거 강화, 활용 확대 모색

자생한방병원, 美 인디애나 의대와 국제학회 개최
통증·근골격계부터 암·노화·AI 등…최신지견 공유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앞줄 왼쪽 8번째) 등 학술대회에 참여한 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자생한방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자생한방병원이 미국 현지에서 세계 석학들을 만나 동서의학의 최신 연구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고 통합의학의 과학적 근거 강화와 국제적 활용 확대를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한의학의 과학화와 세계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자생한방병원은 미국 인디애나 의과대학(Indiana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과 공동으로 지난 28~29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2026 자생국제학술대회'(AJA)를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번 학술대회는 첫 해외 개최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공동 주최에 나선 인디애나 의과대학은 의사(MD) 과정 재학생 수 기준 미국 최대 규모의 의과대학으로, 인디애나주 전역 9개 캠퍼스와 400곳 이상의 임상교육 협력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유치하는 의료관광에서 출발해 해외 의료진 교육과 국제 연구·학술 네트워크 구축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한의학을 통합의학의 한 분야로 세계에 확산시키는 국제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동서의학의 만남: 소아부터 노년까지 근골격계 건강을 위한 통합의학적 접근'을 주제로 통합의학의 최신 지견이 폭넓게 논의됐다. 미국 인디애나 의대 등 국내외 의학 분야 최고 전문가 50명이 연자로 나섰으며 각국 의료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첫날에는 뇌 건강 등 근골격계 건강을 넘어 다양한 질환과 건강 영역으로 확장된 주제 발표 및 토론이 이어졌다. 둘째 날에는 근골격계 의학 및 보철 치료, 근막 치료의 기전 연구, 종양학 및 노화 관련 운동 치료 등 논의의 범위를 임상 치료와 기전 연구로 넓혔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 리처드 해리스(Richard Harris)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캠퍼스(UCI) 석좌교수, 멜리사 A. 카세나(Melissa A. Kacena) 인디애나 의대 정형외과 석좌교수 등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지견을 공유했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자생한방병원 제공)

이 병원장은 근골격계 질환 통증 치료에 있어 신체 기능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함께 고려한 전인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상 검사로 확인되는 1차 병변보다 방어적 보상 작용(잘못된 보행, 근막 긴장 등)으로 발생한 '이차성 통증 유발점'이 더 큰 통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통증 유발 조직을 파악한 뒤 만성 통증의 주요 원인이 되는 이차성 통증 유발점까지 정확하게 겨냥하는 정밀 약침 치료법을 제시했다. 이 병원장은 "영상기술과 한의치료의 접목은 치료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여 통합치료를 더욱 체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침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기 위한 경혈 연구의 표준화 방안 논의도 이어졌다. 리처드 해리스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의대 석좌교수는 경혈의 생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연구 플랫폼 '경혈 연구 위상학적 아틀라스 및 저장소'(TARA)를 제시했다.

TARA는 경혈의 이름과 위치를 통일된 기준으로 정리한 3차원 인체 지도에 경혈 자극과 관련된 생리학적 데이터를 모아놨다. 그는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경혈의 특성과 자극에 따른 신체 변화를 분석하고, 침 치료 연구의 객관성과 재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기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체계화하기 위한 연구 방법론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테리 로그마니(Terry Loghmani) 인디애나대학 보건·인간과학대 교수는 치료할 때 가해지는 힘과 주변 환경, 이에 따른 생물학적 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힘 기반 도수요법(FBM)' 모델을 소개했다.

테리 로그마니 교수는 수기치료의 작용 기전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연구의 재현성을 높이기 위해 치료 과정과 평가 방법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수기치료란 치료사가 맨손을 이용해 환자의 신체 조직을 만지고 조작함으로써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멜리사 A. 카세나 미국 인디애나 의과대학 정형외과 석좌교수는 근골격계 분야의 과학적 발견과 연구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는 미세중력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한 뼈 형성과 골절 치유 연구 사례를 언급했다.

리사 J. 테일러-스완슨(Lisa J. Taylor-Swanson) 미국 유타대 간호대 부교수는 폐경 이후 관절통과 근감소증 등을 포괄하는 폐경기 근골격 증후군을 전했다. 맞춤형 폐경 관리 프로그램(MENOGAP) 등 기존 연구를 토대로 침 치료 통증 완화와 신체 기능 개선 효과를 설명했다.

피터 웨인(Peter Wayne) 미국 하버드 의대 조교수는 암 환자의 치료 후 회복과 노화 과정에서 운동과 움직임의 역할을 다뤘다. 노화와 만성질환으로 통증과 이동성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침 치료 등을 활용해 신체 기능과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연구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제레미 Y. 응(Jeremy Y. Ng)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조교수는 생성형 AI를 문헌 검색과 선별, 데이터 추출 등 전통·보완·통합의학(TCIM)의 근거 종합 과정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과 지속적인 학술 교류와 연구 협력을 이어가며 통합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구축하는 동시에,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해 나갈 것"이라고 첨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