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처럼 지길 원한 어머니…연명의료결정제 의미 전한 아들

복지부 '연명의료결정제도' 수기 공모전

전남여수 미평동 봉화산 산림욕장에 동백꽃이 피어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나는 기계에 의지해서 사는 건 싫어, 그냥 자연스럽게 가고 싶어"

임 모 씨는 항암치료를 시작하던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다 무심히 한 말씀을 떠올렸다. 임 씨 어머니는 선운사의 동백꽃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임 씨는 어머니의 한마디를 듣고 어머니가 동백꽃처럼 지기를 원하셨다고 믿었다. 임 씨 어머니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없이 당신 뜻대로 삶의 마침표를 찍었다.

80대 치매 환자와 그의 아들 지켜본 정신과 전문의도 수상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임 씨는 자신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의 마지막 문장은 누가 씁니까'라는 제목의 글로 '2026년 연명의료결정제도 수기 공모전' 일반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임 씨는 "동백은 통째로 진다. 그래서 통째로 아름답다. '나는 그 꽃처럼 지고 싶다'는 게 어머니가 내게 남긴 마지막 수업이고, 내가 이 제도 앞에서 배운 가장 인간적인 선택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405편의 이야기가 접수됐다. 지난 2024년 공모전의 2배 이상 규모로, 생애 말기 자기 결정권과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관련 서식 작성 경험을 다루는 종사자 부문에서 최우수상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 모 씨가 받았다.

이 씨는 "80대 후반 남성 치매 어르신의 아들은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기계에 매달려 의미 없이 삶을 연장하는 건 싫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치매 때문에 아버지의 직접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가 없으니 그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저 역시) 생전에 나누었던 사소한 대화들, 아버지가 존엄하게 지키고 싶어 했던 삶의 모습들을 함께 꺼내어 들여다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죄책감과 슬픔으로 얼룩진 가족들의 마음을 정신과적으로 지지하고 위로하는 것, 그리고 법적 서식이라는 차가운 틀 안에 환자의 따뜻한 삶의 궤적을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내가 이 제도 안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족 공유 기능도 도입

연명의료결정제도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명의료를 이어가지 않거나 중단하려면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과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 의사 확인이 필요하다.

임종 과정은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 등, 총 2인의 판단한다.

환자의 뜻은 미리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한다.

만약 의향서나 계획서가 없고 환자도 자기 뜻을 표현할 수 없다면 가족의 전원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조회 페이지(왼쪽), 가족 공유 카드.(보건복지부 제공)

한편,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는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 뜻을 가족과 미리 나누는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가족 공유 기능'도 새롭게 제공한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앞으로도 국민의 뜻이 삶의 마지막까지 존중될 수 있도록 제도의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