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가 쏘아올린 '맞춤형 암 백신 시대'…암 치료 판도 바꾼다

모더나·머크, 흑색종 환자 대규모 3상에서 효과 입증
암세포 분석해 개인별 백신 제작…"재발·사망·전이 확률 감소"

국 메사츠세츠주 케임브리지시에 위치한 모더나 본사의 모습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암도 '백신'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됐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기반 백신이 최근 대규모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하며 차세대 항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모더나와 머크(MSD)사가 공동 개발한 암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임상에서는 수술로 암을 제거했지만 재발 확률이 높은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인티스메란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펨브롤리주맙)가 함께 투여됐다. 흑색종은 피부색을 만드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해 다른 장기로 순식간에 퍼질 수 있는 악성 피부암이다.

그 결과, 키트루다만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환자들의 암이 재발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훨씬 길어졌고,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는 것도 늦춰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앞서 임상 2b상에서도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 병용군은 키트루다 단독군보다 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49% 감소하고 암 전이 확률도 59% 낮아진 바 있는데, 이번에 진행된 대규모 임상에서도 이런 효과가 재확인된 것이다.

예방 목적 아닌 '치료용' 백신…개인별 암 특징에 기반해 공격
지난 2023년 5월 서울 종로구보건소에 코로나19 백신이 준비돼 있다. ⓒ 뉴스1 김민지 기자

암 백신은 독감이나 코로나19 백신처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맞는 백신과 다르다. 암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투여해 몸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공격하고 재발이나 전이를 막는 '치료용 백신'에 해당한다.

원리는 코로나19 mRNA 백신과 유사하다. 코로나 백신이 바이러스의 특징을 면역세포에 알려줬다면, 암 백신은 환자의 암세포 특징을 알려줘 면역세포가 이를 찾아 공격하도록 한다.

모더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비교한 뒤 이중 공격할 표적을 환자 한 명당 최대 34개까지 고르고, 해당 정보를 mRNA에 담아 개인별 백신을 제작한다.

백신 접종 이후 면역세포는 어떤 암세포를 공격해야 하는지 학습하게 되고, 만약 몸속에 같은 특징을 가진 암세포가 남아 있거나 다시 나타나면 이를 찾아 공격한다. 함께 사용하는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간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모두 제거해도 몸 속에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있으면 시간이 지나 다시 자라거나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맞춤형 암 백신은 면역세포가 이런 잔존 암세포까지 찾아 공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도 암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 바이오엔텍은 흑색종 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트랜스진도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 중이다.

모더나와 MSD 역시 흑색종을 넘어 폐암과 방광암 등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재 여러 암종에서 인티스메란·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 2·3상 총 9건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허가 절차에 주목…가격·생산 기간은 과제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서 말기 암 환자들이 복도를 오가고 있다. ⓒ 뉴스1 민경석 기자

앞으로 모더나와 MSD는 국제 학술대회 등을 계기로 이번 임상의 세부 결과를 공개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규제당국과 허가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암 백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산 기간과 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의약품처럼 같은 제품을 대량생산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암 조직을 분석해 개인마다 별도의 백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더나의 이번 임상 결과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향후 폐암처럼 국내 환자가 많은 암에서도 효과가 확인되면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가 훨씬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장은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때부터 AI를 적극 활용했는데 이번 암 백신에도 관련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맞춤형 암 치료에서는 환자에게 맞는 표적을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AI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아직 관련 기술이 도입되는 단계지만, 맞춤형 암 백신이 새로운 항암법의 기준이 되면서 AI 활용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