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뺑뺑이 해소 위해선 '의료진 보호+피해환자 보상' 병행"
최보윤 의원-한국환자단체연합회, 토론회 개최
응급센터 평가, 환자 실제 수용 등 치료 제공 위주로 변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119구급차 등에서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미수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형사책임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면서 피해 환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 형사책임 개선과 피해 환자 보상체계 구축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어떻게 보호할지, 생명이 위급한 사람을 돕기 위한 국민과 의료인의 선의의 응급처치를 어디까지 보호할지, 형사책임 조정과 함께 피해 환자·유족에 대한 공적 보상과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논의됐다.
최 의원은 "응급의료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구조적 문제라고 규정하는 한편 "의료진 보호와 환자 구제는 결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의료진에게는 '진료할 용기'를, 환자에게는 '치료받을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안기종 연합회 대표는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정당한 사유'는 병원의 편의나 추상적인 자원 부족이 아니라 수용 요청 당시 해당 환자의 구체적인 상태와 의료기관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 자원·진료역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용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요청에 따라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해 응급의료를 제공한 경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해당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형사책임을 필요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피해를 보면 국가가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환자나 유족에게 보상하는 공적 보상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간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분석한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발제자로서 "응급의료 과실을 판단할 때 사고 당시의 진료 환경과 조건,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기준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의료계 일각의 "환자의 결과가 나쁘면 의료진이 책임을 진다"는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또 수용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응급의료상황실의 요청에 따라 어려운 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기관에 한정된 보조금과 지원금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에는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정경원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정종헌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한국의료변호사협회 회장,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이 참여했다.
이들 중 이중규 정책관은 '응급실 미수용 문제'가 법률문제뿐 아니라 응급실과 배후 진료과의 진료역량, 의료인력과 병상 부족, 지역 간 의료인프라 격차, 기관 간 소통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고 했다.
특히 119구급대원과 의료기관, 환자 사이의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는 점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면서, 정부가 각 주체가 가진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고 광역 단위에서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조정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의료현장에서 크게 제기된 우려 중 하나가 '환자를 수용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법적 책임'이었다면서 정보 공유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한 결과 응급환자가 오래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 정책관은 앞으로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한 응급의료기관이 중증응급환자를 실제로 수용했는지, 수용한 환자에게 응급수술 등 필요한 최종 치료를 제공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응급의료 이용 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도 참석해 직접 피해 경험을 알리고 국회와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과 같은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기소를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확정된 바 있다. 내년 5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복지부는 의료계와 환자단체 의견을 수렴하며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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