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아이들 품은 선생님, 5명에 새 생명 선물한 뒤 하늘로
교장 재직 중 뇌출혈…'복귀 의지' 재활 후 평교사로 교단에
제자·동료·학부모 150여 명 마지막 길 함께하며 추모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6년간 교단을 지키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봤던 교장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뒤 하늘의 별이 됐다.
2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6일 제주한라병원에서 양성우 씨(52)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심장과 폐, 간, 양측 신장을 나눴다.
양 씨는 인체조직인 피부도 함께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
양 씨는 지난 2024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치료받아 상태가 호전됐지만 올 4월 말 뇌경색 초기 진단을 받았다.
재활을 이어오던 양 씨는 지난달 31일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에 이르렀다.
양 씨 가족은 평소 다른 사람을 돕고 배려하며 살아온 그의 삶을 떠올려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아내 강산주 씨는 "의식이 있었다면 장기기증을 선택했을 사람"이라며 "떠나기 전 누군가에게 생명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양 씨는 2000년 서귀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해 26년간 교단을 지켰다.
양 씨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교사였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세심히 살폈고, 끼니를 챙겨주거나 집을 나간 아이를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몸이 아픈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2024년 공모를 거쳐 교장으로 근무하던 중 뇌출혈로 직을 내려놓았지만,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겠다는 마음으로 재활에 힘써 지난해 9월 평교사로 교단에 복귀했다.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퇴근 후 치료를 받으며 다음 날 수업을 준비했고, 올 6월 다시 병가를 낸 뒤에도 학생들을 만나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치료와 운동을 이어갔다.
가족에게는 다정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빠였다고 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 계절마다 두 아들과 산과 바다를 찾았다.
주변 사람들과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오래도록 관계를 이어갔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도 많은 이가 함께했다. 장례식에는 많은 제자와 동료 교사, 학부모가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으며, 발인식에도 150명이 넘는 이들이 참석했다.
아내 강 씨는 "사랑해 주고 예뻐해 줘서 고마워. 오빠를 만나 정말 행복했어. 이제는 아픔 없는 곳에서 좋아하는 축구도 하고, 마음껏 여행하며, 웃으면서 지내"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어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우리 두 아들도 자랑스럽고 다정한 아빠를 많이 사랑하고 존경하고 있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들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10일 기준 2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70명이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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