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로 10분 만에 혈관질환 진단 가능성 열렸다

서울아산병원·DGIST 공동연구팀, 초고속 세포외소포 분자진단 플랫폼 개발
"응급환자 신속 진단 및 다양한 혈관질환 정밀의료에 활용"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왼쪽)와 홍선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화학물리학과 교수.(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혈장 한 방울만으로 약 10분 안에 혈관질환 관련 분자신호를 분석할 수 있는 초고속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준엽 안과 교수·홍선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혈장 내 세포외소포를 별도로 분리하거나 마이크로RNA를 추출하는 일련의 과정 없이도 약 10분 만에 마이크로RNA를 직접 검출하는 플랫폼(SAFE)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세포외소포는 세포가 분비하는 수십,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다.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과 핵산, 마이크로RNA(miRNA) 등을 담고 있어 최근 차세대 액체 생검의 핵심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작은 RNA 조각으로 질환에 따라 종류와 양이 달라져 진단 지표로 활용된다. 리포좀은 세포막과 유사한 지질로 이뤄진 미세한 주머니이며 분자 비콘은 특정 유전물질과 결합하면 형광 신호를 내는 탐침이다.

기존에는 세포외소포를 분리하고 RNA를 추출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해 분석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초음파를 이용해 리포좀과 세포외소포를 빠르게 융합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분자 비콘을 세포외소포 내부로 전달함으로써 별도의 RNA 추출 과정 없이 마이크로RNA를 직접 검출해 약 10분 만에 분석을 완료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플랫폼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심혈관질환 환자 20명과 건강인 15명의 혈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SAFE 플랫폼은 심근 손상과 관련된 대표적인 마이크로RNA인 miR-133a와 miR-208a를 각각 약 91.4%의 높은 진단 정확도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응급실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의료 현장에 활용한다면 혈관질환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암, 신경퇴행성질환, 안과 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 세포외소포 기반 분자진단 기술로 확장될 가능성도 기대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로 복잡했던 세포외소포 분석을 단 10분 만에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SAFE 플랫폼이 향후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 질환을 신속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 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SAFE 플랫폼은 세포외소포를 분리하거나 RNA를 추출하지 않고도 혈장에서 직접 마이크로RNA를 분석할 수 있는 간편 분자 진단 기술"이라며 "향후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 검증을 확대해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자성기반라이프케어연구센터) 및 개인기초연구사업, DGIST 연구개발사업,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및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및 바이오소재 분야 세계적 학술지 '스몰'(Small, 피인용지수 11.8)' 최신 호에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