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부르는 '유전성 망막질환'…AI가 원인 유전자 찾아준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팀 '예측 시스템' 개발
임상시험 효과 입증…검사 비용, 진단 시간 단축 기대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전성 망막질환 원인 유전자를 더 빠르고 정확히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불필요한 검사 비용과 진단 시간을 줄여 치료 시기가 중요한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1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한진우·변석호 안과 교수와 이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팀은 안저사진과 빛간섭단층촬영(OCT) 영상만으로 유전성 망막질환 원인 유전자를 예측하는 AI(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유용성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IF 52.5)'에 게재됐다. 유전성 망막질환은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빛을 감지하는 망막 시세포가 서서히 손상돼 시력 저하와 실명을 일으키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유전자 진단은 치료 방침 결정·예후 예측·유전상담은 물론 최근 도입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유전성 망막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정밀 안과 검사,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다학제 협진 등을 모두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진단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환자의 40% 이상은 원인 유전자를 끝내 확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치료나 임상시험 참여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발생한다.
연구팀은 안과 진료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안저사진과 OCT 영상만으로 원인 유전자를 예측하는 AI 기반 임상 의사결정지원시스템 'Retina4IRD'를 개발했다. 한국·중국·폴란드 3개국 9개 의료기관에서 유전자 검사로 확진된 환자 1843명의 사진, 영상과 임상 정보를 학습시켰다.
이 시스템은 치료법이 있거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유전자를 포함해 총 17개 유전자 범주에 대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후보 유전자를 제시한다. 내부 검증 결과, 실제 원인 유전자가 상위 5개 후보안에 포함되는 'TOP-5' 정확도가 90.4%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 295명을 상대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AI 보조 진단군(148명)과 전문의 단독 진단군(147명)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이후 시행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결과를 기준으로 진단 정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1차 평가변수인 TOP-5 유전자 예측 정확도는 AI 보조군이 88.5%로, 전문의 단독군 67.3%보다 높았다. 또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하나를 맞히는 'TOP-1' 정확도 역시 AI 보조군은 37.8%로, 전문의 단독군 22.4%보다 높게 확인됐다.
한진우 교수는 "Retina4IRD는 의사 대신 진단을 내리는 게 아닌 유전자 검사 전 가능성이 높은 원인 유전자를 먼저 좁혀주는 사전 선별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며 "검사 비용과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치료 시기가 중요한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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