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에서 검출된 대장균"…유네스코 오찬 20분 전 막은 식약처

새벽 6시부터 검사하던 직원들…오찬 식재료서 병원성 대장균 발견
검출부터 폐기까지 단 20분…1395건 점검해 '식중독 0건' 지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를 앞두고 식중독 검사를 진행중인 식약처 직원들 (식약처 블로그 갈무리)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절단 토마토에서 병원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20분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 개막식을 앞두고 부산 행사장 식음료 안전관리를 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상황실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이날 오찬에 제공될 예정이었던 절단 토마토에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전 세계 대표단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의 첫날부터 자칫 대규모 식중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14일 식약처에 따르면 당시 상황실은 검사 결과를 전달받자마자, 현장 점검반에 해당 식품을 배식하지 말고 전량 폐기하도록 지시했다. 검사 결과가 나온 뒤 현장에서 폐기 완료 보고가 올라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이었다.

오염된 식재료가 식탁에 오르는 것을 막아 오찬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행사 참석자들은 불과 수십 분 전 식중독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일요일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식중독과의 전쟁'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행사를 앞두고 식중독 검사를 진행중인 식약처 직원들 (식약처 블로그 갈무리)

이 같은 대응 뒤에는 새벽부터 움직인 식약처 직원들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7월은 식중독 발생 위험이 커지는 한여름이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한 번의 식중독 사고가 국가적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었다.

식약처는 행사 기간 부산에 별도의 전담팀을 꾸리고 신속검사 차량 5대를 배치했다. 식약처와 부산시 담당 공무원 등 80여명이 식재료와 조리·배식 과정을 점검하는 데 투입됐다.

본회의 개막일이었던 19일에도 업무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오찬에 사용할 식품을 현장에서 점검하고 검체를 수거한 뒤 신속검사 차량으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첫 검체가 검사 차량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40분쯤이었다. 연구사들은 DNA를 추출하고 유전자를 증폭해 식중독균이 있는지 확인했다. 오찬 전에 문제가 있는 식재료를 걸러내려면 검사 결과를 4시간 안에 내야 했다.

부산지방식약청 오륜경 주무관도 세 아이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현장에 나왔다. 오전 10시 20분쯤 오 주무관이 검사하던 절단 토마토에서 병원성 대장균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토마토 폐기가 끝났다고 하루 업무가 마무리된 것도 아니었다. 이날 저녁에는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만찬이 예정돼 있었다.

직원들은 곧바로 식단을 다시 살피고 조리·배식 현장을 점검했다. 신속검사도 계속됐다. 행사가 끝난 밤 10시까지 상황실과 현장 직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참석자들의 식사를 확인하느라 정작 직원들은 저녁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도 했다.

1395건 현장 점검 실시…여름철 대규모 행사에도 식중독 사고 '0'

이같은 작업은 개막일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 행사 기간 식약처는 신속검사 차량 5대와 8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총 1395건의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식중독균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신속검사도 438건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2건의 식중독균이 발견됐다. 모두 참석자에게 음식이 제공되기 전에 확인해 전량 폐기했다. 결과적으로 행사 기간 실제 식중독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국제행사 식음료 안전관리는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보다 참석자의 식탁에 오르기 전에 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식재료 점검부터 검체 채취, 신속검사, 결과 공유와 현장 폐기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실제 사고를 막는 역할을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만찬장 뒤에서는 식약처 직원들이 새벽부터 식재료를 수거하고 검사 차량에서 식중독균을 확인하는 '또 다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식약처는 당시 상황을 소개하며 "메뉴 검토부터 사후 조치까지 국민의 안전한 밥상을 지키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며 "직원들의 노력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단 한 건의 식중독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