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에어컨 없이 버텼지만 더 힘든 이웃 위해 '정기기부'"
정구순 씨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있잖아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복지 사각지대와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본인 역시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결연세대'이면서도 매달 생활비를 쪼개 다른 위기가정을 돕는 싱글맘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14일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에 따르면 정구순 씨는 최근 국내 위기가정을 위한 정기후원에 나섰다. 정 씨는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창신1동 봉사회를 통해 적십자사의 활동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정 씨의 삶은 오랫동안 녹록지 않았다. 8년 전 남편이 오랜 투석 치료 끝에 세상을 떠난 뒤 두 딸의 생계는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설상가상 자신에게도 갑상선암이 찾아왔지만, 생계를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쉴 수 없었다.
주거비와 생활비, 지적장애가 있어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는 큰딸, 그리고 둘째 딸의 교육비와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는 하루하루가 빠듯했다. 전기요금을 아끼려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지낸다.
그런 그가 나눔에 눈을 뜬 건 몇 년 전 방송에서 굶주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서부터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시작한 해외 아동 후원은 자연스럽게 국내의 어려운 아이들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형편도 어려운데 왜 다른 사람을 돕느냐는 질문에 정 씨는 "힘든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병원비가 부담되는 마음, 아이를 키우면서 돈이 부족할 때의 막막함을 겪었기에 가능한 공감이었다.
후원은 여유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정 씨는 자신의 부족한 생활비 속에서 기꺼이 나눔의 몫을 떼어냈다. 정 씨는 "매달 카드에서 정기 후원금이 빠져나가지만, 그 내역을 볼 때마다 오히려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
정 씨는 자신이 보낸 후원금으로 그저 아이들이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아이, 학원비 때문에 부모가 고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 가정 형편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포기하는 아이들을 떠올렸다.
두 딸을 키우며 생활비를 걱정해 온 정 씨는 본인의 삶이 여전히 버겁고 팍팍하지만 정 씨에게 자신의 어려움은 타인을 외면할 이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픔을 경험했기에 다른 사람의 사정이 조금 더 잘 보였다고 한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는 취약계층의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희망풍차 결연 사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생계부터 의료까지 가구별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있다.
서울지사는 서울 지역의 취약계층 지원, 재난 구호 활동, 심폐소생술 등 보건 안전 교육을 총괄하는 인도주의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수해나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재민에게 긴급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구호 쉘터를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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