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공공의료 살리려다 '기울어진 운동장' 만들진 말아야"
국립대병원에 재원, 권한 집중하는 정부 본 사립대병원들 '불만'
"상응할 대책 없으면 말라 죽을 수도…의료인력 이동 우려" 위기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리겠다며 국립대병원에 전폭적 투자를 예고한 정부가 사립대병원 등에게 무심하다는 병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재정과 행정 지원이 집중되면, 시장 원리만으로 지역 사립대병원이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병원(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대·서울성모)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대책에 공감하지만, 지역 사립대병원과 종합병원 역시 각자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14일 정부는 "한국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과 충북 간 치료가능 사망률 격차는 12.7%p(포인트)에 달하며 지역 환자들의 상경진료 비용은 연간 4조 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응급실 미수용 등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역완결적 공급체계 구축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 △공공보건의료체계 혁신 △추진 기반 강화를 추진 중이다. 우선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력과 첨단장비, 인공지능(AI) 진료, 연구교육 기능을 종합적으로 강화한다.
오는 20일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 경직적인 인건비·정원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검토하는 동시에 내년 1월에 마련될 1조 2000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를 인프라 구축 등에 적극 활용한다.
지역에서는 국립대병원이 지역필수 협력체계를 총괄하는 공공정책 기능을 받고 의료기관 인력·자원의 공동 활용을 지휘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장이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돼 권한을 활용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관 부처 이관을 계기로 국립대병원 육성을 위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국립대병원 육성은 지역 정주여건 개선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서, 재정·제도적 지원은 지속 확대될 계획"이라며 향후 성과를 증명해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홀대받고 있다"는 사립대병원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지역 권한까지 부여될 경우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공개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에 사립대병원 등을 위한 조치는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게 현장의 큰 불만이다.
신응진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은 "10여년간 등록금 인상도 억제됐던 사립대들의 불만이 크다"며 "국립대와 국립대병원 지원 방향에는 공감하나, 전폭적인 재정 투입에 '등록금 무상화'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사립대 등은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지역에서 최종치료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인 상급종합병원을 육성하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면서 "서울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국립이든, 사립이든 지역병원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립대병원 등도 중증·응급 진료, 중환자치료, 필수수술, 심뇌혈관질환, 감염병 대응 등 공공성이 높은 의료의 상당 부분을 도맡고 있어도, 이에 따른 재정적 손실을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지역 공공사업이나 국책 과제를 수행할 때만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한 사립대의료원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의료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 사립대병원에도 상응하는 지원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지역 의료기관 간 경쟁 여건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력의 지역 내 이동이 우려된다. 의료진을 기존 지역병원에서 충원하고, 환자 역시 기존 의료기관 간에 재배분되는 구조가 된다면 지역 전체의 의료역량 향상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며 "정부는 지역 전체의 중증·응급·필수의료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을식 사립대의료원협의회장(고려대의료원장) 역시 "사립대의료원 역시 지역의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각종 지원이 설립 주체를 기준으로 구분돼 동일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립대의료원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인력 확보, 전공의 수련·교육, 지속적인 시설·장비 투자, 급격한 비용 상승 등 여러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며 "공적 기능과 성과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필수의료를 위해서도 사립대의료원 등이 함께 참여할 소통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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