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려다 사고 낸 사설구급차?…인증제 등 점검·관리 '공백'

사망 사고 지속 발생…'명의대여' 의혹에 책임 기관도 불명확
중증응급환자 옮길 땐 건강보험 지원 검토…이송의 질 높인다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운영하다 인명 사고를 일으킨 사설구급차가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달리는 구급차가 환자와 시민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정부는 인증제 도입 등 관리 체계에 대한 재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운영하다 인명 사고를 일으킨 사설구급차가 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달리는 구급차가 환자와 시민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정부는 인증제 도입 등 관리 체계에 대한 재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고 빈번…출퇴근 때 사용 등 부적정 운영도

사설구급차는 구급차를 이용한 병원 간 환자 이송의 68.5%를 담당할 만큼 응급의료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환자를 빨리, 많이 옮겨야 수익을 내는 구조라 과속 등 무리한 운행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설구급차는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로서 긴급 운행을 할 때 신호를 위반하거나 속도 제한을 어겨도 과태료 면제 등 특례를 받는다. 사고가 발생하면 당시 환자 상태나 교통 법규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위급했는지 따져 책임을 묻는다.

최근에는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사설구급차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라 우려가 커졌다. 지난 4월 강원 원주에선 인도를 걷던 중학생이 과속 질주하던 구급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특히 경찰 조사 결과, 구급차 운용 업체(대한인명구조단)가 불법으로 명의를 빌려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구급차 등의 운용자가 자기 명의로 다른 사람에게 구급차 등을 운용하게 한 경우 응급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6개월 이내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한마디로 구급차가 일부 업체와 업자 돈벌이에 활용된 모양새다. 현재로선 명의를 주고받은 뒤 난폭운전으로 사고가 나도 책임을 따져 물을 명확한 기관이 없는 데다 불법·편법에 대한 근절 역시 요원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서초구와 대한인명구조단 법인에 대한 현장점검을 추진하는 한편 대한인명구조단 지부의 구급차 점검·관리 체계 개선과 위법 사항을 확인했을 때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을 통해 11개 보험사에 접수된 구급차 사고 통계(자동차보험 구급차 손해상황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25명이 숨졌고 4490명이 다쳤다. 차량이 대부분 파손된 대형 사고도 매년 수십 건씩 발생했다. 유형별로 보면 신호위반이 가장 빈번했다.

또한 용도 외 사용, 이송처치료 과다청구, 영업 지역 외 이송 등 부적정 운영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복지부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147개 민간이송업체의 구급차를 전수 점검한 결과 88개 업체 94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80개 업체가 운행 기록을 빠뜨리거나 출동 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등 운행 관련 서류를 부적절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용도 외 사용 등으로 적발된 업체도 11개에 달했다. 중대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정지, 고발 등에 나섰다.

신속한 출동을 이유로 직원 자택 인근에 주차해 출퇴근할 때마다 사용하는가 하면 동일한 환자를 3개 병원에 연속 이송할 때 기본요금은 1회만 부과(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 부과)해야 하나 3회 부과한 사례도 파악됐다.

GPS 정보 기반 운행 관리…"투명성과 신뢰 높일 것"

복지부는 부적정 운영을 막기 위해 실시간 GPS 정보를 기반으로 구급차 운행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모든 구급차 운용자가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수집되는 운행 정보를 구급차기록관리시스템(AiR)으로 실시간 전송하도록 했다.

GPS 정보 기반 구급차 관리 체계.(보건복지부 제공)

이에 따라 위법 운행을 효과적으로 적발할 수 있으며 GPS 정보와 운행 서류가 연계·관리됨으로써 구급차 운용자도 운행 서류를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고 기록 관리의 정확성을 높이게 된다. 또 복지부와 경찰청은 구급차에 대한 과태료 부과 정보를 연계해 운행 기록과 대조하고 있다.

환자 이송에 대해 적정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 역시 추진되고 있다. 2014년 이후 이송처치료가 인상되지 않아 업체의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불법·탈법을 유발한다는 비판에서 이뤄졌다.

이송 비용을 반영해 기본요금과 추가 요금을 인상하며 거리 기반의 산정 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야간 할증 확대, 휴일할증 및 대기 요금 신설을 추진한다. 아울러 민간이송업체를 대상으로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중증응급환자를 옮길 때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인증제의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로 교통사고와 교통법규 위반 이력을 반영할 전망이다. 업체로서는 인증 획득이 수익과 직결될 수 있어 불필요한 교통법규 위반을 최대한 자제할 수 있다.

현장에선 중증응급환자 이송 시 건강보험으로 지원될 수 있는 점에 환영하면서도 이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택시요금과 같다고 비아냥을 받는 구급차의 이송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사설구급차 업체들만 비판할 수는 없다. 이송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며 "의사, 간호사 동승에 따른 진찰료 등의 비용은 응급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