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에 '콩주사 치료' 급증…"효과, 안전성 근거 아직 불명확"
국제 진료지침 다수, 사용 비권고 또는 근거 불충분
보건의료연구원 "근거-현장 사용 사이에 간극 확인"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난임 치료에 사용되는, 이른바 '콩주사'로 불리는 인트라리피드 성분의 주사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판단한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내용을 환자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난임 여성에게 사용되는 인트라리피드 주사치료의 국내외 근거와 국내 사용 현황 및 인식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10일 이같이 발표했다.
이 약은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정맥으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지방유제 주사제다.
난임 환자가 늘면서 보조생식술과 함께 반복유산·반복착상 실패 환자의 면역반응을 조절해 배아 착상과 임신 유지를 돕는 보조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난임 치료 목적으로 허가된 의약품은 아니다.
이 약은 경험적으로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으나, 작용기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주요 국제 임상진료지침에서도 근거 부족을 이유로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의 연구진이 최근 10년간 발표된 국제 임상진료지침을 분석한 결과 7편은 사용을 권고하지 않거나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명시했다.
특히 2020년 이후 발표된 지침에서 비권고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인트라리피드제 공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공급금액은 약 25억 원 규모로 5년 새 1.4배 증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평균 공급금액이 약 16억 원이었다.
표시 과목별로는 산부인과가 일반과·내과에 이어 세 번째(6.3%)로 많은 연평균 약 1억 원 규모의 공급 실적을 보였다.
체계적 문헌 고찰과 메타분석 결과, 인트라리피드의 임상적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무작위배정연구 3편에서는 임상적 임신율이 다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근거 수준은 낮았다.
비무작위연구 1편에서는 인트라리피드 투여군의 유산율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고, 선천성 기형·임신 합병증 등 안전성 우려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인트라리피드를 경험적으로 처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치료를 제공하는 주된 이유로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와 '부작용이 크지 않음'으로 응답했다.
반면 인트라리피드를 처방하지 않는 응답자(32명)는 치료 효과가 불분명해서 처방하지 않는다고 답해, 근거 부족을 인지하면서도 처방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인트라리피드 주사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 17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치료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의사의 권유'(63.3%)였다.
연구를 책임진 연구원의 박동아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임상 현장에서 인트라리피드 주사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적 근거나 국제적 권고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현재의 불확실한 근거 수준과 잠재적 위해 가능성, 비용 등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공유의사결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적정 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의료진 및 환자 맞춤형으로 제공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재태 연구원장은 "근거가 불확실한 상태로 널리 쓰여 온 치료제의 실사용 현황을 국가 데이터로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근거기반 진료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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