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공공개혁으로 21년만 '이곳' 소멸 위기…한의약계 '반대'

보건산업진흥원-한의약진흥원 흡수·합병 거론
한의협 등 "기능 통합, 확대 개편 필요"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성평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이재명 정부 '공공기관 기능개혁'(통폐합)의 일환으로 국내 유일 한의약 산업 진흥기관인 '한국한의약진흥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한의약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흡수·합병은 곧 국가 한의약 육성 체계 해체와 다름없다고 본 이들은 "정부가 개혁을 원한다면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진 한의약 분야 조직을 한의약진흥원에 이관·일원화해야 한다. 컨트롤 타워로의 확대 개편이 정답이다"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통폐합 등 논의 가속도…연구관리 일원화 거론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통폐합의 일환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한국한의약진흥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소문이 각 진흥원에는 물론 한의약계에 빠르게 확산했다.

한국한의약진흥원 전경사진.(한국한의약진흥원 제공)

지난 6월 '국가 혁신시스템 대전환을 위한 R&D(연구개발) 관리 시스템 개편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유출된 게 계기가 됐다. 정부가 '국가연구개발혁신진흥원'(가칭)이라는 이름으로 16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통폐합, 일원화를 추진 중이라는 게 각 기관 노동조합 등의 설명이다.

따라서 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 R&D 업무 등도 통폐합될 해당 기관으로 이관된 뒤 한의약진흥원은 보건산업진흥원의 산업진흥 역할에 따라 '보건산업진흥원 한의약 하위 조직'으로 격하된 채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얘기가 한의약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공공기관 관리를 담당하는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 내용 등 공공기관 기능개혁에 대해서는 전혀 확정된 바 없다"며 16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통폐합에 대해서도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논의는 정부 내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공공기관 통폐합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재경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 중인 가운데 실무 회의 수순을 넘어, 장관 회의까지 지속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역시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올해 중 발표 예정"이라며 "일정에 따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연구관리 전문기관 노동조합 등이 문제 삼는 점은 통폐합이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된다는 데 있다. 밀실 추진, 기관별 전문성 훼손 우려, 연구 현장 혼란, 노동조건과 조직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 등 또한 지적했다.

"5년간 A도 받고, 한의약 육성에 매진했다"…한의약계, 울분 토로

한의약계는 공공기관 통폐합의 여파가 한의약 육성 체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를 중심으로 각종 한의학단체가 "통폐합 논의를 재고하고, 한의약진흥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 표명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역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세워진 한국한방산업진흥원과 2007년 설립된 전라남도한방산업진흥원이 2015년 한약진흥재단으로 통합된 바 있다. 이후 '한의약육성법'을 토대로 2019년 한의약진흥원이 설립됐다.

복지부의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에 필요한 기초연구는 물론 한의약의 표준화·과학화·산업화에 기여하며 한의약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복지부 주관 경영실적평가를 통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A등급(우수)을 얻는 등 경영·사업 역량도 인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통폐합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한의약의 세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통폐합 논의를 재고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김지호 한의협 부회장은 뉴스1에 "통폐합의 취지는 알겠으나 한의약 분야의 과학화와 산업화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한의계 우려가 크다"며 "오히려 여러 기관에 흩어진 한의약 분야 조직을 합쳐 '한국한의약청' 등의 설립을 고민하는 게 통합 취지에 부합한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31일 역대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 등이 진흥원 서울분원에 모여 한국한의약진흥원 통폐합 반대 입장 성명서를 발표했다.이응세 전 원장(왼쪽부터), 정창현 전 원장.(한국한의약진흥원 발전을 위한 역대 원장 협의회 제공)

한의약진흥원장을 지낸 정창현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도 "공공기관 통폐합 취지를 큰 틀에서 동의하나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명분과 현실, 역사적인 맥락에 부합하지 않는다. 양방 위주의 정책으로 한의약 육성이 등한시된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수십 년간 별도의 정부 부서와 법률 설치가 진행됐던 근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지금의 통폐합은 잘못된 과거로의 회귀이고 일방적으로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여러 기관에 흩어진 업무를 진흥원에 통합하는 게 본래 취지와 명분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