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4500원에 멈춘 담배값 11년

구교운 바이오부 차장
구교운 바이오부 차장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담뱃값 인상을 하루 앞둔 2014년의 마지막 날 사회부 기자였던 나는 서울 마포구 편의점을 돌며 담배 사재기 실태를 취재했다. 그렇게 산 담배 몇 갑이 아까워 보고를 마친 뒤 마포경찰서 근처에서 세 개비를 연달아 태웠다. 그러고 나니 더는 피우고 싶지 않았다. 남은 담배는 친구에게 넘겼다. 그것으로 11년간 피운 담배와 작별했다.

3년 차 기자 월급으로 2000원이나 오른 4500원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정부가 흡연자를 위해 해주는 것은 없는데 세금만 더 거둔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흐지부지됐던 금연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당시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민의 주머니를 겨냥한 '증세'라는 비판도 거셌다. 실제 담뱃세 수입이 크게 늘면서 이런 의심은 더 짙어졌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이 금연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가격이 오르면 담배 소비가 줄고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의 흡연 진입을 막는 효과가 크다는 점은 국내외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담뱃값이 그대로라는 점이다. 지난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평균 담뱃값은 약 9869원이다. 한국의 4500원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동안 외식비와 교통비를 비롯한 거의 모든 생활물가가 올랐고 국민 소득도 증가했다. 담배의 실질가격은 그만큼 낮아진 셈이다. 2015년에는 상당한 부담이었던 4500원이 지금도 금연을 결심하게 할 만큼 높은 가격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격을 올려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는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담뱃값을 올리려면 전제는 분명해야 한다. 담배 한 갑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이 붙는다. 그러나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담뱃값을 올린 2015년 1435억 원에서 지난해 916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담배로 거둔 재원이 어디에 쓰이는지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상으로 늘어난 재원은 금연치료와 상담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정부는 물가 부담과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담뱃값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서민 증세'라는 반발이 뒤따를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담뱃값 인상 보도가 나오자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 건강에 필요한 정책이라면 여론의 반발이 두렵다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정치적으로 쉬운 정책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감당하는 데 있다.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두려워 필요한 결정을 계속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아울러 궐련 가격만 올리면 전자담배로 소비가 옮겨갈 수 있는 만큼 담배 종류별 세금과 부담금 체계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

2015년 담뱃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금연을 계속 미뤘을지 모른다. 가격 인상을 계기로 담배를 끊는 사람이 다시 나올 수 있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담뱃값을 올릴지 말지가 아니다. 언제 어떻게 올리고 늘어난 재원을 금연 지원과 국민 건강을 위해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다. 정치적으로 편한 침묵보다 반발을 감수한 결단이 필요하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