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A형 환자 삶 이끈 혁신…이제는 '접근성' 문제 풀어야"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출혈 없는 일상생활
"알투비오 건강보험 급여 적용 논의 시급"

혈우병A 치료의 핵심은 꾸준한 예방이다. 선천적으로 혈중 제8응고인자(FVIII)가 부족한 유전질환으로, 태어날 때부터 출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환자는 제8응고인자(FVIII) 보충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혈우병A 치료의 핵심은 꾸준한 예방이다. 선천적으로 혈중 제8응고인자(FVIII)가 부족한 유전질환으로, 태어날 때부터 출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환자는 제8응고인자(FVIII) 보충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 1회 투여만으로도 안정적인 예방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치료제가 허가됐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당국의 조속한 결단이 요구된다.

국내 혈우병 A형 환자 10명 중 4명, 합병증도 보유

혈우병 A형(혈우병A)의 특징적인 증상은 '관절출혈'(혈관절증)이다. 한 번 손상된 관절은 회복이 어렵고 영구적인 신체적 제한과 관절 손상으로 남게 돼 환자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환자 2명 중 1명은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겪고 있으며, 중등증 및 중증 환자의 약 37%는 진단 후 5~10년 이내 관절 기능이 계속 나빠진다.

이동성이 제한되면서 학업과 직장 생활이 어려워지고, 반복적인 입원과 수술, 재활 치료가 뒤따르게 된다. 출혈 부위에 따라 야기되는 다양한 합병증은 만성 통증과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기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혈우병 A형 환자 10명 중 4명(42.4%)은 하나 이상의 합병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자발성 출혈의 사전 예방과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삶 유지다. 이를 평가하는 지표는 1년간 발생하는 출혈 횟수를 의미하는 '연간 출혈률'(ABR)이 활용된다. 그러나 상당수 환자는 여전히 출혈과 통증을 경험한다. 조사 결과 예방요법을 시행 중인 환자 가운데 약 절반(47%)은 만성 통증을 호소하며, 환자의 16%는 연간 1회 이상의 출혈을 겪고 있다.

강현식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치료의 목표는 출혈 횟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 환자가 출혈에 대한 불안 없이 학업과 직장 생활, 운동 등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치료 주기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보호 수준을 유지하는 게 향후 치료 혁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위험 상황에서도 지혈 관리 가능…환자 부담 크게 줄어

지난해 국내 혈우병 치료제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된 '알투비오'(성분명 에파네스옥토코그 알파)의 허가는 이런 미충족 치료 수요에 대한 새 옵션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약은 표준 반감기 제제 대비 4배, 연장 반감기 제제 대비 2.5~3배 연장된 반감기(평균 47시간)를 통해 초장기 지속형(UHL) 특성을 구현했다.

주 1회 투여만으로 치료 주기 전반에 걸쳐 평균 4일간 제8응고인자 활성도를 40% 이상 유지하고 7일 차에도 약 15% 수준을 이어간다. 단순히 투여 횟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주기 전반에 걸쳐 제8응고인자 활성도를 보다 오랜 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개발된 게 특징이다.

예방요법뿐 아니라 출혈이 발생했을 때 치료와 수술 전후 관리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한 치료 옵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응고인자 제제 최초 '혁신 치료제'로 지정됐으며 주요 선진국에서 허가 및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출시 후 단기간에 연 매출 12억 유로(약 2조 500억 원)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표준 치료제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 약은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연간 출혈률과 관절 출혈의 중앙값 모두 '제로'(0)를 달성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출혈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환자들이 염원해 온 '정상에 가까운 삶'(Near Normal)을 기대할 수 있는 옵션이 됐다"며 "고위험 상황에서도 지혈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신체적·시간적·심리적 부담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성인과 소아 대상 3상 임상시험에서는 각각 연간 출혈률(ABR) 중앙값 0을 달성했다. 약 65%의 성인과 64%의 소아 환자가 치료 기간 단 한 번의 출혈도 경험하지 않았다. 자발성 출혈과 관절 출혈 역시 중앙값 0으로 확인됐으며, 관절 건강과 통증, 삶의 질 지표도 유의하게 개선했다. 억제인자 발생 역시 보고되지 않는 등 반복 투여 환경에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

이 약은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으나,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급여 적용 여부는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전문가들은 만성적 유전질환인 혈우병 A형 환자의 삶을 이해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한 통합적인 보험 급여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강 교수는 "출혈 관절 손상과 장애를 줄이고 학업과 직장 생활 등 사회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부담 감소에도 의미가 있다"며 "급여 검토 과정에서도 약제 비용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절 건강 유지와 삶의 질 향상, 사회활동 참여 확대 등 환자의 치료와 가족의 삶 전반의 장기적 가치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