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희귀 소아 뇌종양 치료기준 만든다…국제협력 앞장
환자 중심 근거 축적…암 치료 발전 기여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아시아 여러 국가 연구진과 협력해 희귀 소아 뇌종양 치료 기준 확립에 나섰다. 환자가 적어 연구가 어려운 희귀질환의 한계를 국가 간 협력으로 극복하면서, 한국과 아시아의 치료 경험이 세계 치료 지침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김주영 희귀·소아암연구과 교수팀이 대만·싱가포르·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연구 체계를 구축해 희귀 소아·청소년 뇌종양인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CNS GCT) 치료 기준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은 정자나 난자로 자라야 할 세포가 뇌나 척수 등에 잘못 자라 생긴다. 국내에서는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가 매년 60~70명, 성인까지 합하면 약 100명이 새롭게 진단받는다. 특히 한국·일본·중국계 동아시아 민족에서 서구보다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희귀암 환자 수가 적어 연구 수행 자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김 교수팀은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연구기관을 연결해 1995년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치료받은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모았다.
이후 2022년 아시아 4개국 8개 기관, 약 800명의 환자를 분석한 국제 공동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다국가·다기관 연구로, 아시아에서도 독자적인 국제 공동연구가 가능하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유럽종양학회(ESMO) 교육 프로그램과 독일 국제 CNS GCT 컨퍼런스, 국제소아신경종양학회(ISPNO) 등에 초청돼 한국과 아시아의 치료 경험을 세계 연구자들과 공유했다.
세계 학회가 이 연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장기간의 추적 관찰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이 질환은 5년 생존율이 80~90%로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재발 환자의 약 20%는 치료 후 5~10년이 지나 발생해 장기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장기추적 결과를 확보한 연구가 많지 않다. 김 교수가 중앙 추적기간 9년에 이르는 아시아 다기관 연구를 수행해, 재발 위험과 장기 치료 성적을 분석할 수 있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 질환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만큼 학교 복귀와 사회생활, 직장, 결혼과 출산, 신경인지 기능 등 장기 생존자의 삶까지 함께 살피는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국내 환자 3분의 1이 30세 이상 성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 전략의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김 교수팀은 앞으로 국제 치료 기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확한 진단법과 수술과 방사선치료 같은 적정 치료 방법 그리고 치료 후 삶의 질 평가를 포함한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관리 체계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김주영 교수는 "세계 학회에서 아시아의 임상 경험을 중요한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연구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해 치료 성적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치료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와 치료에서 소외돼서는 안 되는 분야"라며 "국가암관리 중앙기관으로서 희귀암 연구와 국제 공동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환자 중심의 근거를 축적해 세계 암 치료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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