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요청부터 일상복귀까지"…자살고위험군 국가가 끝까지 관리

109 상담원 200명으로 확충…자살시도자 일시보호 도입
'국가자살대응실' 신설…정신응급 병상 2030년 2000개로 확대

서울 마포대교의 비상벨.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자살시도자와 유족 등 고위험군의 도움 요청부터 자살시도, 치료, 퇴원 후 관리, 일상복귀 과정까지 전 과정 관리에 나선다. 자살시도자의 재시도율을 낮추고 밀착 관리를 통해 원활한 일상 회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자살 긴급대응 강화방안'을 이같이 보고했다. 정부는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라는 국정목표 아래 자살사망자 감소 추이가 공고화될 수 있도록 합동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발표된 자살예방 대책들이 '위기 요인의 사전 예방'(발굴·환경 개선)에 집중했다면 이날 발표한 긴급대응 강화방안은 실제 발생한 위기에 즉각 대응하고 생명을 구하는 최전선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신체적·정신적 치료만을 중심으로 접근했던 대응 방식을 벗어나 자살시도자 생활 전반에 대해 국가 책임 아래 일상 복귀까지 필요한 모든 지원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시보호 서비스 도입, 정신응급 필수의료로 지정

우선 위기의 순간 자살 시도자나 마음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이 누구나 전화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109 상담전화 상담원을 200명까지 확충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담원의 업무를 자동화한다. 또 '생명의 전화' 등 민간자원과의 효율적인 연계를 추진한다.

109 알림 캠페인 등 홍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자살·자해' 등의 위험 키워드를 검색한 이용자에게는 109 안내, 공익광고 등 다양한 자살예방 콘텐츠가 소셜미디어(SNS)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해서 노출될 수 있도록 플랫폼과 협의한다.

자살시도자에게는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다룰 충분한 심리지원이 필요한 만큼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확충하고 출동 수당을 도입한다. 심야·공휴일에도 자살시도자에 대한 긴급대응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경찰과 정신건강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합동대응팀'을 확대한다.

현장출동이 어려운 경우 전문가가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살시도자의 위험도를 평가해 신속히 적합한 치료·상담기관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긴급복지·그냥드림 등 복지 지원체계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초기 지원을 강화한다.

대부분의 자살시도자가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 않은 채 자살을 시도하고 가정으로 복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귀가 전에 단기 상담·보호, 사례관리 연계 등을 받을 수 있는 일시보호 서비스도 도입한다.

또 정신응급 치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신응급'을 필수의료로 지정하고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 병상을 오는 2030년 2000개까지 확대한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17곳으로 늘리고 정신응급병상 수가 개선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모델의 전국 확대를 추진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체 응급치료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신체 치료가 종료되면 국가가 정신치료 및 상담기관으로 이송·연계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내에서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위험평가·상담, 단기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내년 103곳까지 확충하고 센터장에게 긴급복지 추천 권한을 부여해, 생계·경제적 어려움이 신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한다.

자살예방센터에서 실업·채무, 가족·교우 문제 등 각종 복합적인 위기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기관 간 상호 의뢰를 연계 중인 취약계층 지원기관을 지속 확대한다. 관리체계에서 이탈하는 상담·치료 미동의자 및 중단자에 대해서는 끈기 있게 설득하는 제도를 마련한다.

일상에 복귀한 시도자 및 유족에게 '심리상담 이용권(바우처) 사업'을 통해 지역의 전문가 심리상담을 최우선으로 제공한다. 자살사건 발생 즉시 개입해 유족·지인·직장·학교 등을 대상으로 위기 확산을 예방하고 사망원인을 분석해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한다.

치료비, 주거비용, 학자금, 법률상담, 행정 등을 지원하는 '유족 원스톱 지원사업'을 이달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운영 중이며 198개 유족 자조모임 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열린 민관합동 자살예방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현행 기초 지방정부와 위탁기관 수준에서 종결되고 있는 자살 긴급상황 대응에 대한 관리 책임을 격상해 범국가 차원의 총력대응을 추진한다. 앞으로 관계부처 합동 대응실에서 출동-보호-상담-치료-지원 상황 등을 확인 및 관리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근무하는 '국가자살대응실'에서 전체 자살시도·사망 사건에 대한 원스톱 의사결정, 현장의 자살위험도 평가 및 후속조치기관 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각종 경제·사회지표를 기반으로 자살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유형별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민관이 합동해 집중적인 예방활동을 진행한다. 기업이 파산했다면 고용복지+센터, 지역상인회, 은행권 등을 통해 위기군을 발굴하고 집중관리에 나선다.

정부는 9월까지 순차적으로 △학생·청소년 △자살 긴급대응 △자살 장소 관리 △경제적 실패자 △고립·위기가족 △돌봄·간병 부담 △미디어·온라인 △특수직군·집단보호 △범죄피해자 회복지원 등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