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댈 수 없다던 '이 병'…최소침습 내시경 수술로 제거 성공
전치만 한림대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팀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김주열 씨(82·가명)는 갑자기 시야가 흐릿하고 팔다리에 힘이 빠져 응급실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뇌간의 일부인 뇌교 한가운데에 전이암이 발견됐다. 뇌간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운 수술 부위 중 하나로 꼽힌다.
뇌교는 이런 뇌간을 이루는 부분 중 하나로 대뇌와 소뇌, 척수를 연결하는 통로다. 호흡과 심장박동을 비롯해 안구운동, 얼굴 감각, 팔다리 움직임 등 생명 유지와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다.
김 씨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고, 양쪽 팔다리 힘도 급격히 떨어졌다.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도 나타났다. 문제는 종양의 위치였다. 병변은 호흡과 심장박동, 의식 유지, 안구 운동, 팔다리 감각을 담당하는 뇌간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전치만 한림대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환자 상태를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 김 씨에게 최소침습 내시경 수술을 시행했다. 종양은 성공적으로 제거됐고, 김 씨는 운동장애와 복시가 나아지면서 현재는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21일 병원에 따르면 뇌간은 대뇌와 척수를 잇는 길목이자,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능이 모여 있는 곳이다. 뇌간은 호흡, 심장박동, 혈압 조절, 의식 유지, 안구 운동, 얼굴 감각, 팔다리 운동과 감각에 관여한다.
뇌간에는 중요한 신경핵과 신경섬유가 밀집해 있어 작은 손상만 생겨도 마비, 감각 저하, 복시, 삼킴장애, 의식 저하가 생길 수 있다. 심하면 호흡과 심장박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뇌간은 신경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조심스러운 수술 부위로 꼽힌다.
수술로 접근하는 길이 좁고, 정상 신경 조직과 병변 사이의 여유 공간도 거의 없다. 종양을 제거하려면 병변까지 정확히 도달해야 하지만, 접근 과정에서 정상 뇌간 조직을 건드리면 치명적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술하기 어렵다', '손대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일반적으로 뇌간 전이암은 병변의 크기와 위치,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사선 또는 수술적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우선 방사선 치료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 방사선을 집중 조사해 종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종양이 빠르게 커지거나, 뇌간을 압박해 신경학적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렵다. 병변이 크거나 내부 출혈, 부종, 압박 증상이 동반되면 제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김 씨가 그런 경우였다. 종양은 이미 뇌교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의식 저하와 양측 팔다리 운동장애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전 교수는 방사선 치료만으로는 당장 악화하는 신경 증상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술적 제거를 결정했다.
전 교수팀은 두개골을 크게 열지 않고 동전 크기만큼만 절개하는 최소침습 방식의 '키홀 개두술'을 시행했다. 이후 현미경 대신 내시경만을 이용해 뇌간 병변에 접근했다. 내시경은 좁은 공간에서도 넓고 밝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중요한 조직 사이를 정밀하게 수술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기존 현미경 수술은 시야 확보를 위해 두개골을 넓게 열거나 소뇌·측두엽을 견인기로 당겨야 하는 경우가 있어 수술 후 뇌부종, 어지럼증, 언어장애 등의 합병증 위험이 따른다. 내시경 수술은 이러한 뇌 조직 견인을 최소화하면서 병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교수팀은 최소침습 내시경 수술을 통해 정상 신경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뇌교 깊숙이 자리한 종양을 정밀하게 제거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환자는 현재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전 교수는 "뇌간 종양이나 뇌간 해면상 혈관종은 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방사선 치료나 경과 관찰을 권유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증상이 진행 중인 환자에게는 수술이 중요한 치료 옵션이나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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