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쏘아 올린 '미프진', 복용 가능 시기·안전 체계 등 '과제' 산적
의료계 "표준 진료 지침·명확한 보호장치 마련돼야"…진통 불가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먹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 화두를 꺼냄에 따라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법 개정 전이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허용 주수와 의료진 책임, 안전관리 체계 등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생명윤리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으로, 총 3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등 전 세계 101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은 약이어서 처방받을 수 없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임신중지를 수술로만 규정해 약물 사용의 근거가 없다. 지난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온라인에서는 정품 여부마저 알 수 없는 약이 수십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 여성들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약물의 온라인 불법판매·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총 3189건에 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 등 추적과 차단이 어려운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동안 미프진 도입이 진전되지 않은 데에는 '법적 근거 미비'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식약처가 받은 법률 자문 6건 중 4건은 법 개정 없이도 허가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고 성평등가족부도 지난해부터 식약처 등의 적극적인 도입 의지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식약처 허가 이후 누가 어떤 절차로 처방·투약하고 부작용을 관리할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의사 재량에 맡기는 게 방법"이라며 일종의 절충안을 거론했지만 의료계는 "무책임한 방치"라고 반발했다.
미프진을 복용하면 간혹 출혈과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임신 조직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으면 추가 투약이나 수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궁 외 임신에는 효과가 없어 복용 전 임신 주수와 착상 위치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 허가만으로 이런 안전장치를 확립할 수 없다.
식약처가 임신 주수를 정하고 허가하더라도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별도의 진료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종교계 반발도 계속되는 데다 의료계도 법 개정과 안전장치 마련을 활용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해 논의에 진통이 예상된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해외 직구로 인한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관리 없는 유통 허용은 또 다른 위험"이라며 명확한 법적 근거와 제도 확립, 국가 차원의 표준 진료 지침 수립, 응급상황 대비 의료체계와 추적 관리, 의료진을 위한 법적 보호장치를 촉구했다.
의사회는 "약물적 임신중절은 단순한 약 복용이 아니라 임신 주수 확인, 자궁 내 임신 확인, 자궁 외 임신 배제, 적응증 판단, 금기사항 평가, 부작용 관리 및 추적 관찰이 총망라된 엄연한 의료행위"라며 "개별 의사의 재량과 부담으로 던져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용 주수를 두고도 각계 견해가 다르다. WHO는 임신 12주 미만 사용을 권고하지만, 국내 의료계에는 확립된 근거가 없다. 태아 유전정보 확인 시점과 합병증 위험 등을 고려해 10주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은 나왔으나 합의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달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기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5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대통령 말씀 내용에 따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 부처 논의가 더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관계 부처들과 긴밀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입법이 미비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모자보건법 개정 등을 국회와 논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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