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환자가 정하면 가족 결정보다 의료비 감소"
오탁규·송인애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
결정 과정서 충분한 논의와 환자 본인 의사 반영 중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을 환자가 직접 하면 가족이 대신 할 때보다 치료 강도와 의료비 모두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사결정 주체가 연명의료 이용 양상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탁규·송인애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0~2023년 중환자실에 입원한 전국 성인 환자 118만 9042명을 분석한 결과를 14일 밝혔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의료행위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등을 포함한다.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다.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작성 가능)와 연명의료계획서(회복이 어려운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만 작성 가능)를 통해 연명의료 유보·중단에 관한 의사를 직접 밝힐 수 있으며, 이로써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말기 또는 임종기 진단을 받고 나서야 작성할 수 있는 만큼 환자는 이미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가족이 환자의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을 내린 비율은 약 55.7%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결정하는 주체가 의료 이용 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연명의료 관련 문서가 없는 그룹을 기준으로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그룹과 가족이 대신 작성한 그룹을 비교 분석했다.
여기서 연명의료 관련 문서가 없는 그룹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들로, 급작스럽게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돼 법적 문서를 남기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 결과, 환자 작성군은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인공호흡기 삽관 등 고강도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이 약 0.7배로 낮았다. 중환자실 입원 후 90일 이내 사망한 환자만을 분석했을 때는 그 가능성이 약 0.43배로 더욱 낮았다. 반면 가족 작성군은 문서가 없는 환자군 대비 2.35배 높았다.
의료비 측면에서도 두 그룹은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환자 작성군의 일일 의료비는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약 14% 낮았으나, 가족 작성군은 약 4% 높았다. 이는 환자 가족이 심리적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의사결정 주체가 연명의료 이용 양상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전국 단위 대규모 데이터로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호흡기·중환자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 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됐다.
오 교수는 "결정은 되도록 환자 본인이 자신의 가치와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시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환자가 가족, 의료진과 상의한 뒤 자신의 뜻을 남기는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기는 방안에 대해 공론화에 돌입한다.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치료 대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한다는 취지 아래에 중단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제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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