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와 같은 당뇨…"사회 인식 개선, 정책적 뒷받침 절실"

1형당뇨병 환아와 그 가족 목소리…겉보기에는 멀쩡해
인슐린 펌프 등 비용 부담…항체검사 급여화 이뤄져야

질병관리청이 지난 8일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서울대병원에서 마련한 '출입기자단 아카데미'에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의 김미영 대표와 박근용 이사 그리고 고등학생 임채언 군과 권혜정 보호자, 초등학생 조현우 군과 김상아 보호자가 함께 했다. 사진은 임채언 군.(질병관리청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부모의 지원으로 노력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건강관리에 대한 질적 차이가 큽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는 합병증을 진단받을 수 있어요. 레지스트리 구축 등 심층적 연구와 정책적 뒷받침이 굉장히 소중합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하루 관리를 잘못해도 저혈당 쇼크로 숨질 수 있어요. 다만 체계적인 지원만 이뤄지면, 정말 잘 살 수 있어요. 정책 등을 고민하실 때 당사자 입장을 한 번만 생각해 주세요. 컨디션에 따라 낙폭이 큰 혈당 속에 살아가는 당사자를 고려해 주세요. (박근용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이사)"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 5000명에 대한 데이터를 연구하는 한편, 자가항체 검사를 활용해 환자와 그 가족의 1형당뇨병 발병 상태와 위험 등을 예측하는 진단 고도화 사업에 나서겠다는 질병관리청 발표에 당사자와 그 가족은 환영하면서도 사회적 인식 개선 역시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어쩌다 당뇨 걸렸냐? 묻는다면 '교통사고처럼 겪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8일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서울대병원에서 마련한 '출입기자단 아카데미'에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의 김미영 대표와 박근용 이사 그리고 고등학생 임채언 군과 권혜정 보호자, 초등학생 조현우 군과 김상아 보호자가 함께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8일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서울대병원에서 마련한 '출입기자단 아카데미'에 참여한 임채언 군.(질병관리청 제공)

임 군에겐 초등학생 때, 조 군에겐 1년 전에 1형당뇨병이 발병했다. 김 대표 등은 1형당뇨병 자녀를 둔 부모다. 이들은 발병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일부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혈당 관리, 식당 관리 등 남들보다 깐깐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점에 이해를 구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임 군은 "병을 말하기가 꺼려져서 주사를 맞을 때도 보건실에 혼자 갔다"며 "중학생 때부터는 친구들한테 당당하게 밝혔지만, 초등학생 때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쩌다 당뇨에 걸렸냐고 물어볼 때는 엄마가 알려주신 대로 '교통사고처럼 온 거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임 군은 또 "초등학교 때 발병하는 친구들도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그 병이 어떤 병인지, 어떤 원인으로 생긴 것인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당뇨병을 '혈당이 높은 질환' 정도로 생각하나 크게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으로 구분된다. 소위 '성인병'으로 불렸던 2형당뇨병과 달리 1형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가 면역체계의 공격으로 파괴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당뇨 환아를 낯설게 보게 된 데에는 그들의 고충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일 수 있으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14년 전, 아들이 생후 36개월일 때 1형당뇨을 진단받았던 김 대표는 "이 병은 완치가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주변에서는 '요즘 아이는 좋아지고 있나' 하고 물어본다"며 "사실 우리를 걱정해 주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관심이 없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해상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역시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며 "비만이거나 나이가 들어 생기는 (2형)당뇨에는 굉장히 친숙한데 1형당뇨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연구를 통해 1형당뇨병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게 알려지는 데 도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의 장기 합병증을 막고 한국인 맞춤형 예방·치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첫 국가 단위의 소아청소년 당뇨병 레지스트리를 구축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6개월 이상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를 '췌장장애인'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자신이 착용 중인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보여주고 있는 조현우 군.(질병관리청 제공)

다만 환아와 그 가족 등은 보다 구체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군은 "학교에서는 소음이 없는 무선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부모님의 부담이 크다"고 소개했다.

조 군의 어머니 김상아 씨도 "국내 제품은 여름철 피부 발진이 심해 해외에서 직접 무선 펌프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며 "한 달에 70만 원이나 드는 데다 통관 절차도 일일이 진행해야 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답했다.

이영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항체 검사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선 안타깝게도 발병한 환자에게도 1형당뇨 환자 70~75%가 양성 반응이 나오는 중요한 '아연 전달(ZnT8)' 항체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남재환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연구와 정책은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근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단, 치료, 예방 정책까지 연결되는 연구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