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당뇨병, 국가가 책임"…레지스트리·진단검사 고도화

혈당 높은 질환? 1형당뇨병은 인슐린 투여, 면역질환
질병청장 "차별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 조성"

질병관리청이 8일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진행한 출입기자단 아카데미를 통해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질병관리청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조기 진단·집중 관리·정책적 개입으로 소아청소년 당뇨병의 장기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당뇨병 레지스트리 구축과 운영이 필요합니다. 당뇨병 연구의 진정한 출발점이자, 환아와 보호자를 위한 일입니다.(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질병관리청은 '소아청소년 당뇨병 국가책임 강화'라는 국정 기조 아래에 올해부터 '레지스트리' 구축을 본격화한다고 9일 밝혔다. 질병관리 분야에 있어 레지스트리란 특정질환 환자의 진료 정보를 꾸준히 모아 질병의 이해·치료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 체계를 말한다.

전국에서 1형당뇨병 3000명, 2형당뇨병 2000명 등 총 5000명의 소아청소년 환자를 모아 임상·심리·사회·경제적 데이터를 통합적,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함으로써 어디서든 환아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1형당뇨병 환아의 형제도 고위험군…조기 진단 시급

많은 사람이 당뇨병을 '혈당이 높은 질환' 정도로 생각하나 크게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으로 구분된다. 2형당뇨병은 비만,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인슐린의 활용도가 저하되는 질환이다. 소위 '성인병'으로 불렸는데 먹는 약으로 치료하고, 식단 조절과 규칙적 운동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1형당뇨병은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영유아기와 청소년기 사이에 발병해 급격히 진행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케톤산증'의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

1형당뇨병은 인슐린을 주사 등으로 투입해야 해, 저혈당 같은 급성 합병증의 위험이 도사린다. 2형당뇨병도 혈당 관리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병 등 합병증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인 만큼 가족과 학교의 이해와 지원, 꾸준한 관리가 절실하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당뇨 관련 연구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당뇨병에 대한 국내 통계는 전혀 없는 실정이었다. 반면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가 주도의 레지스트리를 통해 소아청소년 당뇨병에 관한 자료 수집, 분석 중이었다.

이에 따라 질병청은 올해부터 5년간 전국 42개 대학병원과 환자 5000명의 참여를 기반으로 '소아청소년 당뇨병 레지스트리 구축 사업'에 돌입했다. 임상적·약물적 특성은 물론 지역사회·심리적 요인까지, 측정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추출해 연구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조기 진단을 돕고 발병 위험은 떨어뜨릴 '소아청소년 당뇨병 진단법 고도화' 사업을 추진한다. 그간 1형당뇨병을 진단받으려면 혈당검사 등에 의존해야 했지만, 자가항체 검사를 적극 도입해 위험도를 파악하고 발병 시기를 미루자는 취지다.

질병관리청이 8일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진행한 출입기자단 아카데미를 통해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질병관리청 제공)

전날(8일)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열린 질병청 간담회에 참석한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형당뇨병 환아의 형제 1형당뇨병 유병률은 3배로 일반 소아(0.26%)보다 11.7배 높다. 형제는 조기 발견의 핵심 고위험군"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형·2형 소아청소년 환자 모두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레지스트리를 통해 한국형 예방·조기진단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조기 진단·집중 관리·정책적 개입으로 소아청소년 당뇨병의 장기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영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1형당뇨병은 발병 후 진단에서 자가항체 기반 조기 선별·병기화·발병 지연 치료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면서도 "발병 후에도 자가항체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십만 원에 달하는 검사비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이 8일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진행한 출입기자단 아카데미를 통해 이영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질병관리청 제공)

이 교수는 "신규 발병 1형당뇨병 환자의 검사는 건강보험 급여화돼야 한다. 향후 가족 선별·조기 병기화·발병 지연 치료로 확장돼야 한다"며 "성인 등에 활용되고 있는 약제를 소아청소년에게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진료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자료의 축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은 소아당뇨 레지스트리 대상자 또는 1형당뇨병 환자와 그 가족을 상대로 혈청 기반의 4종 자가항체 검사 체계와 프로토콜 확립, 자가항체 양성률 조사 등 '진단법 고도화' 사업으로 숨은 고위험군을 선별해 1형당뇨병의 발병을 지연시킨다는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질병청은 의료계와 학회, 환자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가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관계부처 협력을 강화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도 환아들이 차별 없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