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조금만 걸어도 다리 통증 있다면 말초동맥질환 의심

혈관 막히면 통증·상처 치유 지연, 심하면 궤양·괴사에 절단
흡연·당뇨·고혈압·고지혈증 위험 요인…조기 진단·치료 중요

걸을 때마다 종아리나 허벅지가 아파 자주 쉬어야 한다면 단순 근육통이나 허리 문제로만 넘겨선 안 된다. 다리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말초동맥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걸을 때마다 종아리나 허벅지가 아파 자주 쉬어야 한다면 단순 근육통이나 허리 문제로만 넘겨선 안 된다. 다리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말초동맥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진 않지만, 병이 진행되면 다리 통증과 발 시림, 상처 치유 지연이 나타나고 심하면 궤양·괴사로 이어져 절단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단순히 다리 아픈 질환 아냐…조기 진단 중요"

말초혈관질환은 심장과 뇌를 제외한 팔·다리 등 말초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말초동맥질환(하지동맥폐색증)이 있다. 동맥은 산소와 영양분이 풍부한 혈액을 조직으로 보내는 통로인데 좁아지거나 막히면 다리 근육과 피부, 발가락까지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

주된 원인은 콜레스테롤 등이 혈관 내벽에 쌓이며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다.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가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전신성 질환이다. 심하면 완전히 막힐 수도 있다. 부정맥 등으로 생긴 혈전이 갑작스레 다리 혈관을 막는 사례도 있다. 이때 통증이 심하고 괴사 진행 속도도 빠르다.

말초동맥질환은 막힌 혈관 주변으로 혈관이 또 자라나기 때문에 다리 혈관이 많이 좁아지거나 막히더라도 증상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 일정 거리를 걸을 때 종아리나 허벅지, 엉덩이에 통증이 생기고 쉬면 다시 좋아지는 '간헐적 파행'이 나타난다. 발에 난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발이 차고 피부색이 변할 수도 있다.

특히 혈류 공급이 줄면 상처 회복이 더디고 감염이 동반되면 급속도로 괴사가 진행된다. 이를 두고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쉽게 말해 다리로 가는 '혈액 공급 도로'가 막히는 병"이라면서 "단순히 다리가 아픈 질환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상처가 낫지 않거나 조직 괴사, 심하면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허리디스크나 관절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되기 쉽다. 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부터 다리로 뻗치는 저림이나 방사통이 나타나고 자세나 움직임에 통증이 달라진다. 반면, 말초동맥질환은 걷는 동안 다리 근육에 산소가 부족해 통증이 생기고 잠시 쉬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진하나 순천향대 부천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환자에겐 심혈관·뇌혈관 병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1~2일 새 괴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다리 저림은 척추질환의 증상이지만 척추에 큰 문제가 없다면 말초동맥질환 증상일 수 있다. 혈관 검사로 정확히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술이나 수술 후에도 항혈소판제 복용 필요…건강 관리 중요

주요 위험 인자는 흡연, 당뇨병 등이다. 당뇨병은 동맥경화를 촉진해 다리 혈관을 좁아지게 할 수 있고 말초신경 손상으로 발의 상처나 염증을 늦게 발견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발의 작은 상처도 궤양·감염으로 악화하고, 심하면 절단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 상태를 자주 확인하고 상처나 물집, 피부색 변화가 있으면 조기에 진료받아야 한다.

말초혈관질환은 심장과 뇌를 제외한 팔·다리 등 말초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말초동맥질환(하지동맥폐색증)이 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좁아진 혈관 위치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다르다. 초기에는 금연, 운동, 당뇨·혈압·콜레스테롤 조절과 항혈소판제 복용 등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증상이 진행됐거나 혈류가 감소했다면 혈관을 직접 넓혀줘야 한다.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풍선확장술, 금속 그물망을 삽입해 혈관을 유지하는 스텐트 삽입술, 혈관 안의 동맥경화 찌꺼기를 제거하는 죽종절제술 등이 있다.

병변이 길거나 복잡하면 막힌 부위를 우회하는 혈류 통로를 만드는 우회 수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약물방출 풍선 등 혈관 내 치료 기법이 발전하면서 병변 위치와 길이, 석회화 정도, 상처 유무 등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시술이나 수술 후에도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 복용이 필요하며, 규칙적인 걷기 운동과 금연이 회복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주요 위험 인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가운데 말초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는 발가락이 검게 변하거나 상처가 오래 지속되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무조건 절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혈류를 회복시켜 조직을 살릴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신 교수는 "절단을 피하려면 걷다가 다리가 아프기 시작할 때, 혹은 발 상처가 잘 낫지 않을 때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가능한 한 빨리 혈관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진하나 교수는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해 말초혈관 건강을 함께 점검하는 게 도움이 되며,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적극 진단하고 치료받는 게 혈관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