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손상 위험 최소화…스텐트 대신 '관상동맥 쇄석술' 주목

경희대병원, 본격 도입…83세 환자 석회화 병변 치료 성공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중재시술팀(왼쪽 2번째부터 김원, 이진호 교수)이 관상동맥 쇄석술을 시행하고 있다.(경희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A 씨(83)는 고혈압과 당뇨병은 물론 심근경색으로 심부전과 중증 승모판 역류증까지 동반된 고위험군 환자였다. 관상동맥 중증 석회화 협착과 완전 폐색 진단을 받았으나, 고령인 데다 심장 구조적 이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시술을 시도하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해, 경희대병원은 심장내과 중재시술팀이 혈관 내 석회화를 안전하게 분쇄하는 관상동맥 쇄석술(IVL)을 도입해 고령·고위험 환자에게 혈관 손상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관상동맥 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상태를 말한다. 이 중 노화나 만성질환으로 인해 혈관 벽에 칼슘이 쌓여 돌처럼 단단해지는 '석회화 병변'은 전체 관상동맥중재술 환자의 약 20~30%에서 관찰되며, 특히 고령 환자에서는 흔하게 발견된다.

병원의 이진호 심장내과 교수는 "석회화가 심해져 심장 혈관이 꽉 막히면 혈류 감소로 인해 중증 심근경색이나 심부전으로 번지게 된다"며 "이 상태를 방치하면 가슴을 쥐어짜는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을 겪다가, 결국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좁아진 혈관을 넓히기 위해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을 진행했으나, 혈관의 심한 석회화로 인해 스텐트가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시술 중 혈관이 찢어질 위험이 컸다. 또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을 선택하기에는 고령 환자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관상동맥 쇄석술(IVL)은 혈관 내에 삽입한 특수 카테터에서 발생시킨 음파 충격파를 통해 딱딱하게 굳은 석회화 조직만 선택적으로 분쇄한 뒤, 스텐트를 효과적으로 삽입할 수 있도록 혈관을 준비하는 최신 시술이다.

이 교수는 "주변의 부드러운 혈관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혈관 천공이나 박리 등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석회화 조직에 미세 균열을 형성한 뒤 스텐트를 삽입하면 혈관 내 밀착도가 높아져, 장기적인 재협착을 줄이고 환자 예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IVL은 기존 시술 대비 혈관 손상 위험이 낮고 시술 시간도 단축되어 고령·고위험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면서 "그동안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했거나, 합병증 위험이 커서 치료를 망설였던 고령·고위험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고난도 혈관 중재시술 역량과 병원의 다학제 협진 치료 체계를 바탕으로 IVL 시술 대상 환자의 체계적이고 정밀한 선별 기준을 마련하고 임상경험을 축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중재시술팀은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질환 등 고난도 심혈관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원·우종신·나종천·이진호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