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극심한 생리통, 만성 골반통 있다면 '이 병' 의심
5년 내 재발률 40%, 가임력 위협…자궁내막증
최근 난소 조직 보존 위해 로봇수술 택하기도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생리통이 점점 심해지는데도 이를 월경통으로 여기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기 힘든 생리통이 반복되고 골반 통증이 지속된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야 한다. 가임기 여성 약 10~15%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인과 질환으로, 월경을 하는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자궁 안에는 자궁내막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는 생리 주기에 따라 두꺼워졌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생리혈로 배출된다. 자궁내막증은 이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와 나팔관, 복막 등 자궁 안이 아닌 다른 곳에 생기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자궁내막증 환자는 2020년 15만 3467명에서 2024년 20만 8531명으로 약 36% 증가했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생리통과 구분이 쉽지 않아 진단까지 평균 7년 이상이 걸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으로 퍼져 만성 염증과 유착을 일으키고, 난소·난관·방광·장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통증에 그치지 않고 골반 내 구조를 변화시키며 생식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엄혜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병을 키운 뒤에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많다"면서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높고 난임과 직결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진단하고 체계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월경혈이 난관을 통해 복강 내로 역류하는 '역행성 월경'이 지목된다. 대부분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되지만, 일부에서는 이 조직이 복강 내에 착상해 병변을 형성한다. 여기에 면역 이상,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일반 생리통보다 통증 강도가 심해지고,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특징이다. 평소에도 골반 통증이 있으며, 장이나 방광 주변에 병변이 있으면 생리 기간 배뇨통이 발생한다. 반면 환자 약 3분의 1은 증상이 없다가 난임 검사 과정에서 뒤늦게 질환을 발견하기도 한다.
서은주 세란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평균 진단 연령은 30대 초반이지만, 최근에는 20대 초반에서도 발병이 늘었다"며 "초경이 빠르거나 생리 기간이 길 경우 또는 생리량이 많으면 자궁내막증 위험이 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행될수록 난소 기능 저하, 난임, 골반 장기 유착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생리통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진통제 없이는 생리 기간을 버티기 어려운 경우, 성관계 시 통증, 임신이 잘되지 않을 때는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난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난임 환자의 25~50%에서 자궁내막증이 동반된다. 난소와 난관에 유착이 생기면 배란과 난자 이동에 방해되고, 염증 물질이 난자와 배아의 질을 떨어뜨려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양쪽 난관이 막히면 자연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진단은 문진과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으로 이뤄지며 복강경 조직 검사로 최종 확진 가능하다. 치료는 연령, 임신 계획, 진행 정도를 고려해 약물이나 수술로 진행된다. 약물 치료의 경우 경구피임약, 황체호르몬 제제 등 호르몬 치료로 병변 성장을 억제한다.
수술은 병변 제거와 골반 장기 기능 회복을 위해 시행된다. 복강경 수술이 적용되나 최근에는 더욱 정밀한 절제와 정상 조직 보존이 가능한 로봇수술이 확대되고 있다. 가임기 여성의 난소와 자궁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엄 전문의는 "최근 치료는 단순히 병변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환자 가임력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로봇수술은 정밀한 병변 제거와 정상 조직 보존 측면에서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은 치료 후 5년 내 재발률이 약 40%에 달한다. 재발 우려가 큰 데다 뚜렷한 예방법마저 없는 만큼 월경 주기와 통증 양상의 변화를 꾸준히 확인하고 3~6개월 간격의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재발 여부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월경통이 점차 심해지거나 만성 골반통이 지속된다면, 또 가족력이 있다면 조기에 진료받아야 한다. 빨리 알수록 난소 기능과 가임력 보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통증을 참기보다 적극적으로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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