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법·간호법 연쇄 충돌…의료계 "직역 확대 입법 우려"

의료기사 업무범위 확대·전담간호사 법제화 추진에 의협 반발
"의사 지도권·책임체계 흔들릴 수 있어"…현장선 "현실 반영 필요" 맞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료기사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의료기사 업무범위 확대를 담은 의료기사법 개정안과 진료지원간호사(PA) 자격을 법률로 규정하는 간호법 개정안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두 법안 모두 의사 지도권과 책임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심사하자 성명서를 통해 "통합돌봄과 방문재활이라는 명분 아래 의사의 지도권과 의료기사의 업무범위 간 유기적 협력체계를 무너뜨리고 직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물리치료사·임상병리사 등 의료기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이 의료기사의 독자적 의료행위 확대와 책임 소재 불명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협은 "의사의 지도권이 배제된 의료기사의 독단적 행위는 의료 현장의 안전장치를 파괴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물리치료사 단체와 보건의료노조는 통합돌봄 체계 시행 이후 의료기관 밖 방문재활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행법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법 개정이 의료 현실 변화에 따른 제도 정비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복지위 소위에서도 의료기관 밖 업무 수행을 제도화한 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이날 처리하지 않고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의협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거쳐 공식 의견 제출 절차에 들어갔다.

간호법 개정안 역시 갈등 구조는 비슷하다. 개정안은 일정 임상경력과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를 '전담간호사'로 규정하고 자격 인정 근거를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은 이에 대해 "시범사업 검증 없이 기존 전문간호사 제도와 중복되는 별도 자격을 신설하고 핵심 업무범위를 시행규칙에 포괄 위임하는 구조"라며 "환자안전과 의료체계 정합성 모두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담간호사'라는 명칭 자체가 의사의 진료지원 업무와 간호사의 고유 업무 간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의협은 "'진료지원'은 본질적으로 의사 영역 업무를 보조하는 개념인데도 전담간호사라는 표현은 독립적 권한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실제로는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수행되는 업무임에도 사회적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중환자·종양·감염관리 등 13개 분야 전문간호사 제도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은 기존 전문간호사 활용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하는데 별도 자격을 신설하면 이중 자격체계와 역할 중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간호계와 법안 발의 측은 이미 의료현장에서 진료지원간호사 역할이 확대된 상황인 만큼 법적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공의 공백 장기화 이후 중환자실과 수술실 등에서 진료지원간호사 역할이 사실상 확대된 현실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복지위 관계자는 "환자안전과 책임소재, 면허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내면서 갈등 역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