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어지럽고 구토까지?"…의식 흐려지면 '열사병' 의심

고열·혼란·경련 땐 응급상황…"병원 전 신속 냉각 가장 중요"
"땀 나도 열사병 가능"…고령자·만성질환자 특히 주의

초여름 더위가 이어진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6.5.17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피로감으로 여겼다가 의식 저하나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초기 증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통해 서울 동대문구의 한 8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신고됐다. 이는 감시체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이른 사례다.

온열질환은 폭염이나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체온 조절 기능이 한계에 이르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열경련 등이 있다.

초기에는 두통과 어지럼증, 심한 피로감, 메스꺼움, 근육경련, 식은땀 등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상태가 악화되면 의식 저하와 경련, 혼란, 이상 행동 같은 신경학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몸은 뇌의 체온조절중추를 통해 일정 체온을 유지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장시간 활동하면 체내 열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탈수와 전해질 이상이 동반되면서 온열질환이 발생한다.

특히 열사병은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중추신경계 이상과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형태다.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게 보일 수 있지만 땀이 난다고 해서 열사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폭염 노출 이후 의식 변화가 있다면 우선 열사병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병원 도착 전까지 신속하게 체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환자를 그늘이나 냉방이 되는 장소로 옮기고, 꽉 끼는 옷은 느슨하게 하거나 벗긴다.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선풍기나 부채 바람을 이용해 증발 냉각을 유도하고,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는 아이스팩을 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의식이 떨어진 환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면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 의식 저하와 경련, 지속적인 구토, 심한 탈진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폭염특보와 체감온도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가장 더운 시간대의 야외활동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오후 늦게까지 고온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전후까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활동이 불가피하다면 그늘에서 자주 쉬고 물을 규칙적으로 마셔야 한다. 통풍이 잘되는 밝은색 옷과 모자 착용도 도움이 된다.

특히 고령자와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 심혈관질환·당뇨병·신장질환 환자, 이뇨제나 항콜린제 등을 복용 중인 사람은 온열질환에 더 취약하다. 혼자 지내는 고령자나 야외 노동자는 주변에서 안부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단순히 더위를 먹은 상태가 아니라 뇌의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전신 장기 손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라며 "치료가 늦어지면 다발성 장기부전과 혈액 응고 장애, 출혈성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어 초기 냉각과 신속한 이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염 속에서 쓰러진 환자는 넘어지면서 머리나 목을 다치는 2차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의식이 없거나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일으켜 세우거나 물을 먹이기보다 즉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 도착 전까지 가능한 범위에서 체온을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