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男도 HPV 4가 백신 무료접종…"아쉽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남성도 걸릴 수 있어"…4가 백신 2회 접종비 지원
의미 있는 첫걸음이나, 고품질 9가 백신 지원 요구

오는 5월부터 2014년생(만 12세) 남아가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맞게 됐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다. 의미 있는 첫걸음이기는 하나 접종 확대가 실제 효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고품질 백신으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다음 달부터 2014년생(만 12세) 남아가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맞게 됐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다. 의미 있는 첫걸음이기는 하나 접종 확대가 실제 효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고품질 백신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자궁경부암 유발?…남녀 모두 접종해 관련 질병 부담 줄여야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상대로 진행된 'HPV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이 오는 5월 6일부터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된다. 질병청은 사업 기준에 따라 4가 백신의 총 2회 접종 비용을 지원한다.

올해 추가된 대상은 남성 청소년 중 2014년 출생자로 내년에는 2015년생을 신규 지원할 예정이며 매년 대상 연령을 한 연령씩 확대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기존 여성 청소년 중심의 지원을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해 관련 질환 예방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HPV 국가예방접종 남아 확대 시행 포스터.(질병관리청 제공)

HPV 백신은 그간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으로 잘 알려졌다. 다만 생식기 사마귀, 항문생식기암, 구인두암 등도 HPV 감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남성도 감염될 수 있는 데다 이들에게서도 백신 예방 효과가 확인된 만큼 접종을 통해 향후 감염과 관련 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HPV 백신을 접종할 경우 생식기 사마귀를 89%, 외부 생식기 병변을 91%, 항문 상피 내 종양을 78% 예방할 수 있다. HPV 백신은 전 세계 147개국에서 국가예방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효과성과 안전성이 인정된 백신이다.

질병청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는 HPV 예방접종이 남성에게 발생할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 관련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며, 남성 대상 접종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HPV 관련 질병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도 확인된 만큼 지원 확대를 권고했다.

9가 백신으로 확대, 접종 교육도 중요…질병청 "단계적으로 검토"

앞으로 HPV 백신 NIP 도입 10년 만에 남녀 모두에게 접종이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하면서도 HPV 접종 확대가 실제 효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고품질 백신으로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주요 해외 국가는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9가 백신은 HPV 6, 11, 16, 18, 31, 33, 45, 52, 58형 등 9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해 4가 백신보다 예방 범위가 넓다.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9가 백신이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HPV 관련 질환을 최대 96.7% 예방하며 4가 백신 대비 20% 이상 추가 예방 효과가 있다고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한국보다 늦었던 대만도 지난해부터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지원하며 앞서갔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장을 지낸 이승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뉴스1에 "국제적인 HPV 흐름을 봤을 때 국내 HPV 관련 질환 예방 정책은 뒤처져 있었다"면서 "4가 백신으로라도 시작돼 환영하나, 아직 9가 백신이 지원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로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4가 백신만 택한 것 같다"며 "여러 전문가가 '남녀 모두 HPV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며, 9가 백신 무료화를 유도해야 한다. 언젠간 정부도 4가 백신에서 9가 백신으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연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원 연구교수는 HPV 관련 질환이 성 매개 감염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성교육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점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성 가치관이 형성될 시기의 접종 당사자와 부모의 의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가 백신은 무료로, 9가 백신은 유료로 이뤄짐으로써 빚어질 수 있는 형평성 문제를 짚었다. 이어 "여아에 무료 접종이 처음 진행될 때 당사자와 부모는 굉장히 낯설어했다. 전문가로서 9가 백신 지원 확대와 HPV 예방접종 자체의 중요성을 모두 알릴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나 신중한 입장이다. 예산 확보에 대한 어려움으로 풀이된다. 질병청은 추가 확대에 예산과 백신 수급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단계적으로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