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담배소송 패소에 뿔난 국민 5만명, 담배책임법 제정 촉구
한 달 5만여명 동의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에 회부
학계 "입법부, 국민 편에서 국민 위해 결단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에 대한 폐해 책임을 묻기 위해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국민 5만여 명이 "입법부라도 결단해야 한다"며 담배책임법 제정 청원에 나섰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담배 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취지의 '담배책임법' 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이 지난달 13일부터 전날(15일)까지 5만 1937명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후 30일 내 5만여명이 참여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로 회부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국민동의청원을 주도한 가운데, 공단은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해당 청원이 사회적 공론화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홍보를 요청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 1월 공단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미국이나 캐나다와는 반대되는 결과로 현대의학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으로 잘못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우리나라에는 담배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한 '담배책임법'이 없다"며 "담배로 인한 심혈관·호흡기질환 치료비는 국민 혈세인 건보재정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담배 회사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협의회는 우선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담배 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담배책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국민이 아닌 담배 회사에 귀속시키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담배 피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책임의 문제"라며 "사법부는 상식과 정의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을지언정, 입법부는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담배 회사의 책임이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1998년 46개 주 정부가 담배 회사와의 합의를 통해 약 260조 원의 배상을 받아냈고 캐나다 퀘벡주에서도 최근 약 33조 원 규모의 배상 합의안이 승인됐다.
한편, 공단은 지난달 4일 담배소송 패소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공단은 KT&G과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 회사들이 장기간 흡연 후 폐암 등 진단을 받은 이들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진료비) 533억여 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판단 △회사의 제조물과 불법행위 책임 △공적 보험자의 비용 부담 구조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대법원의 바른 판단을 구하기 위해 상고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담배 회사가 유해 물질을 제조·판매한 주체로서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상고심에서 명확히 다룰 필요가 있다"며 "그간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된 만큼,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보다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고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단은 담배 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던 점 역시 핵심 쟁점이라면서, 전원합의체 논의를 통해 종합적·정책적 관점에서의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이번 상고는 승패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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