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료비의 20%가 약값…"성분명 처방 등 약가개편 필요"

한국 약제비 비중 OECD 평균보다 높아
약품비 2011년 13조→2024년 27조 2배↑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약가 제도 개편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한국 약제비가 국민의료비의 20%를 넘어서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네릭(복제약)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약가가 떨어지지 않는 제도적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황병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위원장은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약가 제도 개편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토론회에서 “한국의 약제비 비중이 OECD 평균 14.4%보다 크게 높은 20.5% 수준”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서영석·장종태·김윤 의원과 무상의료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하고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주관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른 약제비 확대를 건강보험 재정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서 의원은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 신약 성장도 지원하기 위해서는 성분명 처방 전환을 포함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비 증가율이 연평균 8% 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높은 제네릭 약가와 경쟁을 유도하지 못하는 약가제도, 의약품 판매대행업체(CSO) 중심 유통 구조가 약제비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2022.8.17 ⓒ 뉴스1 구윤성 기자
낮은 대체 조제율…약품비 13년 새 두 배 증가

발제자로 나선 나영균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약가 구조가 제네릭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 교수는 "현재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 수준에서 사실상 고정돼 있어 다수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해도 가격 인하 경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약제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 약품비는 2011년 13조 1000억 원에서 2024년 27조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약품비 비중은 51.7%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또 의사가 특정 브랜드명을 처방하는 '상품명 처방' 관행으로 약사가 동일 성분의 더 저렴한 약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의 대체 조제율은 0.79%에 불과해 미국(91%) 등 주요 국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제네릭 사용 비중이 높음에도 약품비 절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제네릭 효율비는 1.2대1 수준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4.5대1, 유럽 평균은 3.7대1 수준으로 제네릭이 재정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을 중심으로 약가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분명 처방 확대와 건강보험공단 중심의 약가 결정 체계 강화 등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 "성분명 처방 도입 다양한 방안 검토"

이날 토론에는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이 좌장을 맡고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 안은미 한국노총 정책국장, 노수진 대한약사회 총무·홍보이사,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이 참여했다.

토론 참여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약가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세부 정책의 실효성과 재정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제도 시행 과정에서 환자 치료 접근성을 보호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려해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성분명 처방과 관련해서도 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와 제도 도입 방식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