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취약계층부터 비만약 급여화"…치료중심 정책전환

비만 치료제 비급여 구조에 접근성 격차 지적
서미화, 비만관리법 추진…정부 "급여화 신청시 검토"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한비만학회 가공동 주최한 '우리나라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토론회'.(서미화 의원실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에 대해 고도비만 환자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을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비만학회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리나라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비만 정책이 여전히 예방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정책위원회 간사는 비만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기준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5조 원을 넘어 음주와 흡연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비만 유병률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2년 기준 남성의 절반 가까이가 비만이며 여성도 4명 중 1명 이상이 비만에 해당한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은 지난 10년 동안 남아는 2.5배, 여아는 1.4배 증가했다. 소아 비만의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조기 개입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문제는 치료 접근성이다. 비만 치료제는 대부분 비급여로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 간사는 "비만 환자가 체중을 10% 이상 감량하는 비율은 약 12%이고 이를 1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며 "약물 치료 효과가 입증돼 있음에도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김유현 같이건강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집착이나 충동을 줄여 치료를 지속할 수 있게 돕는 역할도 한다"며 "현재처럼 비급여로 남아 있으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계층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여화가 오남용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대표는 "비만 치료제가 보험 체계 밖에 있기 때문에 미용 목적 약물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 측면이 있다"며 "보험 체계 안에서 처방 기준과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면 질환 치료 중심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재정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정환 비만학회 정책위원회 이사는 "건강보험 정책은 단순한 평등이 아니라 공평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BMI가 높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 저소득층 등 치료 필요성이 높은 집단부터 선택적으로 급여를 적용하고 정책 효과를 평가하며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비만 관리 정책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설탕세' 등 건강증진 목적세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설탕이나 초가공식품 등에 세금을 부과해 비만 유발 요인을 줄이고 동시에 비만 치료와 예방 정책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비만 치료제 급여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는 현재까지 제약사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한 사례가 없다"며 "향후 신청이 이뤄질 경우 식약처 허가 범위, 임상적 유효성·안전성, 비용 효과성, 재정 영향, 오남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을 예방 중심 정책으로만 접근할 경우 증가하는 유병률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치료, 생활습관 관리, 장기 추적 관리를 포함한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선 비만학회 이사장은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비만 예방뿐 아니라 치료와 관리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비만 관리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비만예방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