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 안빠지나 했네"…'가짜 비만약' 확산에 정부 칼 빼든다

식약처, 식품 등 표시·광고 법률 시행령 개정안 마련
약사법상, 전문의약품은 처방전 없이 제품 판매 안돼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최근 비만 치료제 열풍을 틈타 처방의약품과 혼동을 유도하는 식품·건강기능식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제도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위고비', '마운자로' 등과 유사한 명칭을 내세운 제품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자 업계는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응에 나섰다.

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처방의약품 명칭과 유사한 명칭 사용을 제재하기 위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 고시인 '식품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고시 개정안은 대한약사회 등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최종안을 상반기 내 확정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행 시행령에서도 의약품에만 사용되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로 보고 제재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처방의약품 명칭과 유사한 명칭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사 역시 소비자 주의 환기에 나섰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안내문을 배포했다. 회사 측은 정식 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이 아닌 제품을 유사 명칭으로 광고·판매하는 행위가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현행 약사법상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온라인·SNS 등을 통한 판매 및 대중 광고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릴리 관계자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만을 공식 유통 채널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며 "처방전 없이 제품을 판매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도 경고 메시지를 냈다. 약사회는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비만 치료 의약품과 명칭·외형이 유사한 일반식품 등의 유통이 늘면서 치료 지연이나 오남용 등 건강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당뇨병·비만 치료제를 연상시키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패키지 색상과 디자인을 전문의약품과 유사하게 제작한 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판매 사례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약사회는 정부에 의약품과 매우 유사한 명칭에 대한 사전 심사 및 제한 기준 마련과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포장·디자인 규제 기준 신설, 오인 방지를 위한 경고 문구 의무 강화 등을 제언했다.

이 같은 우려는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시중에 유통 중인 다이어트 표방 식품 16개를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체중 감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들은 일반식품임에도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서 'GLP-1 촉진', '마시는 위고비', '나비정' 등 비만 치료제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광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6개 중 12개 제품은 식욕 조절과 관련된 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것처럼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GLP-1이나 디에타민 등 관련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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