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달라도 신장이식 충분 "아내 기증에 남편 눈물 훔치기도"
서울성모병원 혈액형 부적합 이식 500례 달성…24일 축하 자리
전체 생체 신장이식 중 35%…일반 생체신장이식에 뒤지지 않아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은 최근 말기신부전을 앓고 있는 혈액형 B형의 65세 남성 환자에게 혈액형 AB인 배우자로부터 신장을 이식하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500례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 1989년 형제에 1차 신장이식을 받은 뒤 이식 신장 기능이 소실돼 재차 이식받게 된 사례다. 과거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공여자에게 신장이식은 거부반응 위험으로 시행이 어려웠으나, 혈액형 연관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탈감작 치료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이날 의료진이 모여 환자의 퇴원을 축하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자리에서 환자의 둘째 딸은 "평소 자상한 아버지가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는 물론 결혼한 언니와 저까지 모두 기꺼이 이식에 나설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당연히 남편에게 이식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배우자 말에, 환자는 "(나를 위해 신장을 내어준 것이) 마음 아프면서도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이 자리를 빌려 치료 과정에 최선을 다해주신 병원 의료진과 모든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병원은 2009년 5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처음 성공한 이후 6년 만에 100례를 달성했다. 이후 시행 건수가 빠르게 증가해 2018년 200례, 2021년 300례, 2023년 2월 400례에 이어 2026년 2월 500례를 달성했다. 첫 시행 이후 16년 9개월 만의 성과다.
병원 신장이식의 역사는 1969년 3월 25일 명동성모병원에서 국내 최초 신장이식에 성공한 뒤로 줄곧 이어지고 있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뿐 아니라 고도 감작 환자 탈감작 후 생체·뇌사자 신장이식,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 이식 등 고난도 이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는 혈관이식외과, 신장내과, 비뇨기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장기이식센터 전문 코디네이터팀의 유기적인 협력과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성과다. 또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며,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분야에서 SCI급 논문 11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500번째 이식 환자의 주치의이기도 한 정병하 교수는 이러한 임상·학술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 의료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해 베트남 첫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성공에도 기여했다.
이번 500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생체 신장이식 중 혈액형 부적합 이식의 비율은 초기 약 10%에서 올해 35%까지 증가했다. 가장 많은 수혜자-공여자 관계는 부부로, 전체 500례 중 절반 이상이 부부 간 이식이었다. 이는 전체 생체 이식에서 부부 이식 비율(35%)보다 높은 수치다.
임상 경험의 축적에 따라 적응증도 확대돼,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7%(34건)를 차지했고, 최고령 수혜자는 73세였다. 고도 감작과 혈액형 부적합이 동시에 존재한 고위험군은 87건(17%)이었고, 재이식 사례는 52건, 세 번째 이식은 5건이었다.
신장·간 동시이식 환자에서 시행한 사례도 3건이었다. 이식 신장 생존율(투석이나 재이식 없이 기능 유지)은 이식 후 1년 98%, 5년 94%, 10년 85%로, 일반 생체 신장이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적을 보인다.
박순철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의 도입으로 과거 공여자가 없어 이식 기회를 얻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열렸다"며 "필수 약제와 검사법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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