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장 적절한 곳으로 빠르게"…이주영이 진단한 '응급의료' 해법
"국립대병원 응급실 강화해 낙수효과"…'중앙응급의료상황실 설치법'도 발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유연한 네거티브 체계로 전환해야"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 게 아니다.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반복되는 응급실 미수용 사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수용 거부' 문제가 아니라 배후진료와 전달체계가 무너진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이 의원은 "의사가 이미 위중한 환자 3명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4번째 응급환자를 받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 게 아니다"라고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응급실 수용 거부 사태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배후진료 역량이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란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응급의료 붕괴 해결을 위해선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대병원이 필수과 당직과 중환자실을 확실히 돌릴 수 있도록 재정과 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3차 병원의 배후진료가 불안정한 상황에선 2차 병원이 중증 환자를 받았다가 악화될 경우 전원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이에 2차 병원은 애초에 중증 환자 수용을 꺼리게 되고 경증 환자까지 상급병원으로 몰리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그는 "3차 병원의 배후진료가 안정되면 2차 병원도 중증 환자를 받을 수 있고, 그러면 1차·지역 응급실도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 있다"며 '긍정적 낙수효과'를 전망했다.
이 의원은 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의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설치·운영하고 권역 단위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응급환자 이송을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원 전(pre-hospital) 단계에서 중증도 분류 교육을 세분화하고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심으로 통합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는 "국민에게 필요한 이송체계는 적절한 곳으로 가장 빠르게 가는 것이지, 가장 빠르게 아무 데나 가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은 '수용을 강제하자'는 논의가 많은데, 정확한 중증도 분류와 조정 기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필수의료·응급의료 기피의 원인으로 '자율성 축소'를 들었다. 그는 "현장에서 의료진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드는데 책임은 커졌다"며 "심평원 기준에 맞지 않으면 삭감되고 규제는 강화되는 데 법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의료진은 방어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 입성 후 1호 법안으로 '응급의료 형사면책'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불가피한 의료 악결과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두는 한 현장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의료를 정부가 다스릴 도구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유지돼야 할 생태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도 '큰 그림'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이용 구조와 건강보험 재정 전망, 교육 여건을 포함한 보건의료 종합계획 없이 숫자만 늘리는 방식은 또 다른 불신을 낳을 수 있다"며 "건보 재정은 유한하고 이미 적자 전환이 예고된 상황에서 어떤 영역을 국가가 책임지고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10년 단위 재정 추계가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않은 채 인력 규모만 늘릴 경우 필수의료 기피의 구조적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체계를 '유연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처럼 일일이 사전 규제로 묶는 방식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글로벌 임상과 학회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라면 일정 범위 내에서 먼저 시장에서 써보고 사후 평가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의원은 "독일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선승인을 해주고 일정 기간 실제 사용 데이터를 평가한 뒤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며 "효과가 없으면 퇴출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급여를 인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디지털 치료제처럼 지속해서 업데이트되는 기술에 대해 사전 변경계획(PCCP)을 인정해 일정 범위의 업데이트를 미리 승인하는 방식이 있다"며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갈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을 주는 만큼 책임을 강화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이 명확히 책임지도록 하고 국가는 안전성 기준과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의원 프로필
△대구 △동국대 의대 △울산대 대학원 의학 석사 △서울아산병원 전문의 △순천향대천안병원 임상부교수 △제22대 국회의원(비례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개혁신당 인재영입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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