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병든 간에 잘 생겨"…연 2회 2개 검사로 간암 예방

주범은 술?…간염 주의해야, 증상 나타나면 이미 늦어
근치적 치료 어려우면, 비근치적 도전…건강관리 당부

간암 진행 과정(대한간암학회·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간암학회는 매년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정해 운영 중이다. 1년에 2번, 2가지 검사(간 초음파, 혈액검사)로 간 건강을 확인하면서 간암을 조기 발견하자는 취지다. 초음파만으로는 작은 결절을 놓칠 수 있고 혈액검사만으로는 수치가 정상인 암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어 2개 검사를 병행하는 게 좋다.

5년 상대 생존율, 전체 암의 절반…'침묵의 장기'라 위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40.4%로 같은 기간 발생한 모든 암 환자 생존율 75%의 절반에 불과하다. 폐암, 췌장암과 함께 치료가 어려운 암 중 하나로 꼽히는 데다 암 사망률 2위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상당수의 간세포가 파괴될 때까지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적다 보니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박을 침범한 후에야 비로소 통증이나 이상 증상을 느낀다. 박예완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복부 팽만감, 황달, 심한 피로감,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없을 때 검사하는 게 간암 관리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흔히 간암의 주범을 술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B형·C형 간염 등 바이러스성 간염이 가장 주된 원인이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비만, 당뇨와 연관된 '대사 관련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며 새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진단 시점에 이미 간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질환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치료 과정을 더 까다롭게 만든다.

박예완 교수는 "환자의 약 80%에서는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이 선행되는 특징이 있는데 간세포 손상이 반복되면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종양 관련 유전자와 신호 경로가 변형돼 간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알려졌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에게서의 간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발 위험도 커…40세 이상 고위험군에 정기 검진 당부

간암의 치료 방법은 목적에 따라 나뉜다. 근치적 치료는 종양을 제거해 완치를 목표로 한다. 간 절제, 간 이식 등 수술과 고주파 열치료 같은 국소 치료가 있다. 조기에 발견해 근치적 치료가 이뤄지면 환자의 90%는 성공적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진단 당시 암이 많이 진행됐거나 간 기능이 떨어져 근치적 치료가 어려우면 비근치적 치료에 나선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근치적 치료는 암 성장을 억제하고 간 기능을 보호하는 치료법으로, 생존 기간을 연장해 근치적 치료 기회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면서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방사선 치료 △전신 항암 요법을 설명했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혈관을 막아 암세포 괴사를 유도한다. 작은 크기의 종양은 수술만큼 치료 효과가 좋다.

최신 간암 색전술.(서울대병원 제공)

최근에는 항암제가 담긴 구슬을 주입하는 약물방출 미세구 색전술, 방사선을 내뿜는 작은 구슬을 이용한 방사선 색전술이 도입되면서 부작용을 줄이며 암세포를 더욱 정교하게 공격하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간문맥(혈관) 침범, 뼈·폐·림프절 전이 등으로 수술이나 색전술이 어려울 때 활용된다. 종양 크기가 간 부피 3분의 1보다 작을 때 효과적이다.

전신 항암요법은 간 혈관 침범, 원격 전이가 있거나 국소 치료 후 재발·악화가 반복되거나 종양 악성도가 높을 때 시행한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특정 신호나 혈관 생성 과정을 차단하며 면역항암제는 환자 몸속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 경로만을 차단하는 차세대 대사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간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도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성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정기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가 있는 40세 이상 고위험군은 증상이 전혀 없어도 1년에 2번, 즉 6개월마다 반복해서 초음파, 혈액 검사(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 2개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간암의 위험 요인인 과음을 피하고 예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B형 간염은 백신 예방접종으로 효과를 일평생 유지할 수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C형 간염은 감염 경로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최선이다. 타투, 반영구 화장, 피어싱을 특히 주의하고 면도기·손톱깎이 등 개인 위생용품 공유를 삼가야 한다.

유수종 교수는 "간암은 완치 판정 후에도 5년 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재발을 경험할 만큼 재발 위험이 크다"며 "간 자체의 질환 상태가 지속되면 새로운 간암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만성 간질환과 간암의 치료 성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평소 생활 습관 관리와 간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