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통제 대신 '이것' 길러줘야"…소아정신과 교수 조언은

김효원 교수 '스스로 중심 잡는 아이들의 비밀, 자기결정력' 발간
"부모 역할, 통제 아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 길러주는 것"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스스로 중심 잡는 아이들의 비밀, 자기결정력' 표지.(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입시 경쟁과 사춘기라는 새로운 성장의 다리를 건너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새로운 교육 지침서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김효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4년간 진료실에서 10대 자녀와 부모 간 갈등을 지속해서 상담해 온 임상 경험과 사춘기 두 자녀를 키운 부모로서의 실제 양육 경험을 바탕으로 쓴 '스스로 중심 잡는 아이들의 비밀, 자기결정력'을 최근 출간했다고 4일 밝혔다.

김 교수는 '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조절', '엄마의 마음이 자라는 시간' 등을 출간하며 부모의 양육 태도와 유초등기 자녀 교육 방식에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 왔다. 이번에는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을 다루며 올바른 사춘기 양육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부모의 과도한 통제는 아이의 내면적 성장을 가로막고 번아웃이나 무기력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사춘기에는 스스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선 아이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어른으로서 어떤 태도로 자녀를 대해야 하는지 맥락과 해법을 함께 제시한다. 24년간 진료실에서 마주한 대표적인 사례들을 상담 형식으로 각색해 부모들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자기결정력을 박탈당한 아이들 △무엇이 진짜 지능과 사회성을 만드는가 △약보다 중요한, 견디는 능력 △자기결정력을 가진 아이는 무엇이 다른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자기결정력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과잉보호와 과잉통제 등 부모의 불안과 경쟁 중심의 교육 환경, 극단주의적인 사회가 아이의 자기결정력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강조한다.

2부에서는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아이들의 윤리의식과 공감능력, 사회성이 점점 결여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다. 부모가 만들어준 성취와 타인의 평가에 의존한 똑똑함이 가진 한계를 이야기하며 경쟁을 넘어서지 못하는 관계와 진정한 사회성의 의미를 되짚는다.

3부에서는 자기결정력의 결핍이 우울, 무기력 등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의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비정상 가족,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가정, 빈곤 청소년 등 고통을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조명한다.

4부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기결정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부모의 태도와 실질적인 양육 기술을 소개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표현하는 능력, 정서적 안정감, 실패와 좌절을 견디는 힘이 자기결정력을 만드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각 부의 마지막 부분에는 김 교수의 아들 김현웅 군이 사춘기 시절 겪은 시행착오를 직접 기록한 에세이가 수록돼 있다. 또래 관계, 학원과 학교에서의 경험, 부모와의 갈등을 한국 청소년의 생생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에세이는 십대 자녀의 격동적인 사춘기를 함께 보낸 김 교수의 양육 원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낀 김현웅 군은 스스로 연구자라는 인생 목표를 설정했고 의대를 진학하는 주변 친구들과 달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택했다.

김 교수는 "사춘기 청소년을 양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부딪히고 책임을 감당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도와준다면 삶의 주도권을 가진 단단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며 "결국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