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설탕 부담금' 거론…만성질환·의료비 부담 줄일까
WHO "설탕세로 당류 섭취 줄여야"…英·佛·伊 '설탕세' 시행 중
세수 사용처 설계가 핵심…"청소년급식, 노인지원 등 공익 재투자"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 부담금을 언급하면서 이 구상이 단순한 조세 논의를 넘어 보건의료 정책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는 어떠시냐"고 전했다.
설탕 부담금 또는 설탕세는 당류 섭취를 줄여 비만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국제적으로 논의돼 왔지만 국내에선 제도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보건의료 정책 차원에서 설탕세 논의는 만성질환 증가와 의료비 부담에서 출발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설탕세 과세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당류가 첨가된 음료의 과다 섭취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 왔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비와 복지 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설탕세를 포함한 재정 정책을 통해 당류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해 왔다.
담뱃세 정책에 선례가 있다. 담뱃세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건강증진 목적세로, 담배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를 억제하고 확보된 재원을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보건의료 분야에 활용해 왔다. 설탕세 역시 특정 소비 행태를 조정해 질병 부담을 낮추고 의료비 지출 증가를 완화하려는 점에서 담뱃세와 유사한 정책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도 설탕세는 이미 제도화된 정책 수단이다. 영국은 지난 2017년 재정법(Finance Act)을 통해 설탕세 제도를 도입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역시 각각의 세법에 설탕세를 규정해 운영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들 국가가 설탕 함량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음료 제조사의 제품 개편과 소비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에서도 설탕세는 가격 정책을 통한 소비 억제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미국 의학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실린 설탕세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가당 음료에 세금을 부과한 국가와 지역에서 가격 상승과 함께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질병 부담과 의료비 측면에서도 설탕세의 정책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PLOS ONE'에 발표한 설탕세 연구에 따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설탕세가 도입될 경우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발생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탕세를 예방 중심 의료정책의 한 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설탕 과다 섭취를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 차원의 사안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이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설탕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설탕세가 담뱃세처럼 의료정책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과세 자체보다 세수의 사용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설탕세 도입 과정에서 정책 효과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확보된 재정을 건강 증진과 직결되는 영역에 명확히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은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설탕세로 마련된 재원을 청소년 체육활동·급식 질 향상, 노인 건강 지원, 필수 의료 인력·시스템 지원, 저소득층 건강 지원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투자함으로써 국가 재정 충당을 위한 세금 성격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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