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 어지러움 느낀 50대, 끝내 뇌사…"장기기증" 뜻 따라 5명에 새 삶

한기문 씨 기증…누군가 살리고 싶단 약속 지키고 떠나
"오토바이 운전자들 다양한 위험에 노출…보완책 필요"

오토바이 배달 중 어지럼증을 느끼고 급히 병원 치료를 받던 50대 남성이 끝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린 뒤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기증자 한기문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오토바이 배달 중 어지럼증을 느끼고 급히 병원 치료를 받던 50대 남성이 끝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린 뒤 세상을 떠났다.

2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인하대학교병원에서 한기문 씨(55)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린 뒤 숨졌다.

한 씨는 5일 오토바이 배달 중 어지럼증을 느껴 119 신고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한 씨는 가족 동의로 심장, 폐장, 간장, 양측 신장을 기증하며 5명을 살렸다. 한 씨는 평소 가족에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를 하고 싶지 않다며, 혹시 뇌사로 누군가를 살릴 기회가 온다면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남겼다고 한다.

가족은 이런 그의 뜻을 마지막 소원이라 생각한 뒤 생명나눔이라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증에 동의했다.

전북 정읍에서 2형제 중 장남로 태어난 한 씨는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은 성격으로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자상하게 챙겼다.

야구선수로 활동하다 고교 3학년 때 부상을 당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졸업 후 다양한 일을 했다. 개인 사업 및 캐나다에서 요식업 등을 했고, 최근에는 오토바이 배달 일을 했다.

한 씨의 동생은 "형에게 더 많은 관심 가지고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하고, 이렇게 이별하게 되니 후회만 남는 거 같아"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어머님과 다른 가족들 잘 챙겨주고 보살펴 준 것 너무나 고마웠고, 이제는 형 몫까지 내가 잘 하도록 할게.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라고 인사를 전했다.

특히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교통사고, 추위, 질병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됐으나 많은 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회적 논의로 보완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언급했다.

이삼열 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준 기증자 한기문 씨와 가족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