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꽈당 어르신, 멀쩡하다 며칠 뒤 두통·구토…"고관절 골절 의심"

'엉덩방아' 찧고 수주 뒤 증상 나타나기도…폐렴·욕창 등 합병증 주의
백장현 교수 "작은 충격에도 '뇌손상'…자연 치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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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겨울철 아침 운동을 위해 외출한 고령층이 눈길과 빙판길에서 넘어지며 병원을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노인의 경우 낙상으로 고관절 골절이나 두부 손상이 발생하면 회복이 늦고, 장기 입원이나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장현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22일 "고령자는 뇌 위축으로 두개골과 뇌 사이 공간이 넓어 작은 충격에도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낙상 직후 증상이 경미해 보여도 며칠에서 수주 사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빙판길에서 머리를 부딪힌 뒤 두통, 구토, 의식 저하, 보행 이상, 성격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뇌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인 고령자는 지연성 뇌출혈 위험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겨울철 낙상은 두부 손상뿐 아니라 고관절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를 연결하는 관절로, 체중을 지탱하고 보행과 직결되는 부위다. 혈류 공급이 제한적인 구조여서 골절이 발생하면 자연 치유가 어렵고,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걷거나 서는 동작이 급격히 어려워지고, 고령자의 경우 장기간 침상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욕창, 폐렴, 요로감염,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걸을 수 있다고 치료를 미루면 골절 부위가 어긋나 보행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노인은 골밀도가 낮고 근육량이 감소해 충격에 취약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형태의 낙상에서 고관절 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관절 골절로 입원한 환자 중 약 65%가 70세 이상이었으며, 눈이 내리거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시기에는 낙상으로 인한 입원 사례가 평소보다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외출 시 기온과 노면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운동 시간대를 늦추는 것이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른 아침보다는 오전 중 기온이 오른 시간대를 선택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팡이를 사용하는 경우 눈길용 스파이크를 부착하면 보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외출 전 실내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키고, 보행 중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단이나 경사로, 커브 구간에서는 보폭을 줄이고 손잡이를 활용하는 것이 낙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고관절 골절은 외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사타구니 통증,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지 못함, 다리를 들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통증이 경미해 보여도 X선이나 CT 검사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