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근무의 숨은 비용, 수면장애가 설명한 번아웃[김규빈의 저널톡]
교대근무 363명 분석…교대근무 간호사 10명 중 7명 '수면 질 저하'
연구진 "개인 노력만으로는 해결 어려워…인력 재배치, 근무 일정 조정해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야간·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 집단에서 수면장애가 업무 소진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과 가정의 갈등이 번아웃을 증폭시키는 경로로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밤에 일하는 노동 형태가 개인의 피로 문제를 넘어, 의료 현장의 지속성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수치로 확인한 분석이다.
15일 중국 저장대학 부속 의과대학 연구진이 중국의 3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교대근무 간호사 363명을 대상으로 수면장애, 일–가정 갈등, 직무 번아웃 간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모두 교대근무를 수행 중인 간호사로, 주간·야간 근무가 혼합된 근무표를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수면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피츠버그 수면질 지수(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PSQI)를 사용했다. 이는 최근 한 달간의 수면 시간, 수면 잠복기, 수면 중 각성, 주관적 수면 만족도 등을 종합해 점수화하는 도구로, 점수가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나쁜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교대근무 간호사의 평균 PSQI 점수는 9.29점으로, 일반적으로 정상 범위로 간주되는 기준을 넘는 수준이었다.
일–가정 갈등은 업무 요구가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설문 도구로 측정됐다. 점수가 높을수록 업무로 인해 가정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평균 점수는 70.19점으로 나타나, 일과 가정 사이의 충돌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무 번아웃은 감정적 소진, 비인격화, 직무 효능감 저하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Maslach 번아웃 척도(Maslach Burnout Inventory-General Survey, MBI-GS)를 사용해 평가했다. 전체 번아웃 평균 점수는 2.32점으로, 교대근무 간호사 집단에서 직무 소진이 구조적으로 축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분석 결과, 수면장애 점수가 높을수록 번아웃 점수도 함께 상승했다. 수면의 질이 나쁠수록 정서적 소진과 업무 피로가 누적되는 구조인 셈이다. 즉, 근무 일정과 업무 부담이 가정생활을 침범할수록 직무 소진이 심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가정 갈등은 번아웃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수면장애는 이 관계를 부분적으로 매개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는 일–가정 갈등이 곧바로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가 그 경로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밤에 일하는 구조는 수면 리듬을 깨뜨리고, 이 수면 문제를 통해 업무 소진이 가속화되는 연결고리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라며 "생체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에 맞춰 호르몬 분비, 체온, 심박, 각성 상태를 조절하는 인체의 기본 시스템인데, 야간근무는 이 리듬을 반복적으로 뒤집어 수면–각성 주기를 불안정하게 만들 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단순한 피로를 넘어 만성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을 덜 잔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면의 질 전반이 저하된 상태를 포함한다.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자주 깨거나, 잠을 자도 회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누적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감정 조절 능력과 스트레스 회복력이 떨어지고, 직무 번아웃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진은 교대근무 간호사의 경우 업무 특성상 실수의 비용이 크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번아웃은 단순한 개인의 소진 문제가 아니라, 투약 오류, 환자 안전 저하, 이직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더해 연구진은 간호 관리자와 의료기관은 교대근무 간호사의 수면장애 위험을 단순한 개인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근무표 설계와 인력 배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야간근무 후 충분한 회복 시간 확보, 연속 야간근무 최소화, 근무 간 휴식 간격 확대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수면 교육, 스트레스 관리, 심리 상담 접근성이 함께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단면조사라는 한계도 있다. 특정 시점의 수면 상태와 번아웃 수준을 동시에 측정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설문 기반 자료라는 점에서 자기보고 편향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연구진은 향후 종단 연구를 통해 시간에 따른 변화와 인과 구조를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와 번아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합리적인 인력 배치와 근무 일정 조정, 회복 시간을 보장하는 조직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지난해 11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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