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억 담배소송 12년 공방 결론은…"향후 규제 방향성에도 영향"

건보공단, 3개 담배회사에 "흡연 치료비 배상하라"…1심 패소
금연 전문가 등 "위해성과 중독성 재조명…사법부 판단 기대"

22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담배를 정리하고 있다. 2025.5.2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흡연의 폐해를 은폐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2년 만인 15일 2심 판단을 받게 됐다. 담배 규제의 향방과도 연관될 수 있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위험물질 제조·판매 책임져야" vs "흡연, 자유의지 따른 일"

서울고등법원 민사6-1부(부장판사 박해빈 권순민 이경훈)는 이날 오후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53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2심 판결을 선고한다.

공단은 담배를 제조·수입·판매한 담배회사에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지난 2014년 4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공공기관이 원고로 참여한 국내 첫 담배소송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공단은 30년 이상,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뒤 흡연과 연관성이 높은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과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2003~2012년 지급한 건보 진료비 약 533억 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공단의 청구를 기각하며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흡연과 암 발병 사이 인과관계나 담배의 설계상·표시상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성 등을 축소·은폐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공단은 불복해 2020년 12월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약 5년간의 항소 과정에서 담배의 위해성과 제조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담배소송 항소심 최종변론(12차)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양측은 지난해 5월 최종 변론을 마치고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최종 변론에 직접 출석해 "담배회사는 위험물질을 제조, 판매한 책임과 불명확한 위험성 경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흡연을 막지 않는 것은 '자살 방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단은 흡연과 폐암 발생의 인과 관계나 증명할 연구 결과도 지속해서 발표했다. 반면 피고인 담배회사 측은 개인의 흡연이 자유의지에 따른 일임을 피력하며 공단이 제시한 연구 결과의 신빙성 등을 지적했다.

쟁점에 대한 결과 주목…"담배 없는 세상 만들자" 요구도

금연운동 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은 공단이 담배의 위해성과 중독성에 대해 일부라도 승소해 관련 규제와 국민건강 보호라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규제기본협약(WHO FCTC)도 의견서를 제출하며, 공단에 힘을 실어줬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쟁점별로 결과가 나올 텐데 일부라도 공단의 손을 들어줄 부분이 나오면 좋겠다"면서 "마케팅 제약 등 담배 규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굉장히 상징적인 소송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성규 센터장은 "판결에 따라 흡연자 개개인의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수 있다"며 "담배회사에 적지 않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구체적인 결과는 현장에서 봐야겠다"고 전했다.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소비자운동국장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사회적, 구조적 책임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재 환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공단이 승소한다면 흡연 피해자 보호와 공공의 건강권을 우선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500억원대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을 앞두고 담배소송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안정희 국장은 "앞으로 개인의 절제나 캠페인 중심을 넘어 담배 산업에 강력한 규제와 책임을 부과하고 예방과 흡연 피해자 보호, 건강 형평성을 중심에 두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청소년과 취약계층을 겨냥한 마케팅은 차단하고 금연 지원 정책은 강화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명승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교수)은 "공단이 패소한다면 시대착오적이며, 상당히 잘못된 판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며 평균 수명을 줄인다는 사실이 잘 알려졌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할 확률은 5%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명승권 회장은 "근본적으론 담배 제조·판매를 보장해 주는 담배사업법을 폐지하고 한층 강력하게 규제할 담배관리법을 제정하는 한편 가격 인상, 금연 구역 확대 등을 병행해야 한다.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금연 운동에 대한 많은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첨언했다.

한편, 공단은 어떤 결과가 나오건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각오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업무보고회에서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최소한 일부 승소라도 해야 한다고 보고, 대법원 판단을 받기 위한 상고 이유서까지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