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 사선형 주름, 단순 노화 현상 아닌 뇌소혈관 손상과도 연관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AI모델 개발…70% 이상 일치

3차원 원본 이미지(A)를 토대로 전문가가 수동으로 직접 표시한 주름(B)과 AI가 예측해 자동으로 표시한 영역(C)(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귓불에 사선형 주름이 생기는, 이른바 '프랭크 징후'(Frank's sign)가 유전성 뇌소혈관 손상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단순 노화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전신 혈관 상태를 가늠할 보조적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3D 뇌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에서 프랭크 징후를 자동 탐지하는 AI(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뇌소혈관질환 중증도와 관련성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프랭크 징후는 한쪽 또는 양쪽 귓불에 약 45도 각도로 깊게 파인 사선형 주름이다. 1973년 미국 의사 샌더스 프랭크(Sanders Frank)가 협심증 환자에서 자주 관찰된다는 사실을 처음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그동안 단순 노화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심근경색, 뇌졸중, 혈관성 치매 등 심뇌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전신 혈관 상태를 가늠하는 보조적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인과관계나 발생 기전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고 식별하는 표준화된 방법 또한 없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김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3D 뇌 MRI에서 프랭크 징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뇌 MRI에 양쪽 귓불을 포함한 얼굴이 함께 촬영된다는 점에 착안해 MRI에서 추출한 3D 얼굴 이미지를 활용해 귓불 주름을 자동으로 분할·식별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집한 400건의 뇌 MRI를 바탕으로 전문가가 수동으로 구분하고 표시한 프랭크 징후를 AI에 학습시켰다. 이후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별도의 분당서울대병원 데이터 600건과 충남대병원·강원대병원·세브란스병원 다기관 데이터 460건으로 각각 검증을 진행했다.

전문가 판독과 AI 분할 결과의 일치도를 나타내는 다이스 유사도 계수(DSC)는 0.734와 0.714로 나타났고 프랭크 징후 유무를 구분하는 곡선하면적(AUC) 값은 모두 0.9 이상을 기록해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 AI 모델을 활용해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기는 뇌소혈관질환인 카다실(CADASIL) 환자를 분석했다. 카다실은 뇌 중심부를 둘러싼 부위가 손상돼 하얗게 변하는 뇌백질변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손상이 누적돼 부피가 클수록 뇌졸중 및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

유전자 검사로 확진된 카다실 환자 81명과 연령·성별을 일치시킨 일반인 54명을 분석한 결과 카다실 환자군의 프랭크 징후 발생률은 66.7%로 일반인 42.6%보다 높았으며, 연령 등 다른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카다실 환자는 일반인보다 프랭크 징후가 있을 확률이 4.2배 높았다.

또한 카다실 환자 중 프랭크 징후가 있는 그룹은 없는 그룹 대비 뇌백질변성 부피가 약 1.7배 컸다. 뇌백질변성 부피에 따라 하위·중위·상위 세 그룹으로 나눴을 때 발생률이 비례적으로 증가해 귓불 주름이 질환 중증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시사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기웅 교수는 "프랭크 징후만으로 질환을 진단할 수는 없지만, 다른 혈관성 질환 위험인자가 있다면 귓불 주름이 추가적인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들은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임상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각각 게재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