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막염은 많고 녹내장은 적었다…대기오염 안질환 연구의 불균형

김동현 고대안암병원 교수팀, 대기오염과 눈 질환 연결고리 정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왼쪽부터),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최윤형 교수, 원광대학교 안전보건학과 최윤희 교수 (고대의료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대기오염이 결막염이나 건성안 같은 불편한 증상에 그치지 않고, 녹내장·황반변성 등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까지 폭넓게 연관돼 있다는 연구 흐름이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가 안질환과 가장 강하게 연결돼 있었지만, 시력을 좌우하는 후안부 질환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최윤형 교수, 원광대학교 안전보건학과 최윤희 교수 연구팀은 대기오염과 안질환의 연관성을 다룬 기존 연구를 '체계적 증거지도(Systematic Evidence Map, SEM)'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과 11종 안질환 간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한 눈에 정리한 작업이다.

연구팀은 눈이 대기오염에 직접 노출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했다. 눈은 피부나 다른 장기와 달리 얇은 눈물막만으로 외부 환경을 막고 있어, 공기 중 오염물질이 쉽게 접촉·침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존 연구는 특정 오염물질이나 특정 질환에 국한돼 있어, 전체 연구 지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PubMed, Embase, Ovid MEDLINE 등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논문 3324편을 전수 검색한 뒤, 역학 연구 103편과 동물실험 연구 22편 등 총 125편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분석 대상 논문은 지난해 4월까지 발표된 영문 연구로 한정됐다.

SEM은 '어떤 연구가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를 지도처럼 시각화하는 방법이다. 개별 연구 결과를 합산해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 메타분석과 달리, 연구량과 분포, 공백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팀은 대기오염 물질 8종과 안질환 11종을 교차시켜, 어떤 조합에서 연구가 집중됐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를 정리했다.

분석 결과, 초미세먼지(PM2.5)와 이산화질소가 안질환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25편 가운데 초미세먼지를 다룬 연구는 88편, 이산화질소를 다룬 연구는 68편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오존,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 다른 오염물질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적었다.

질환별로는 결막염과 건성안 등 전안부 질환 연구가 91편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 후안부 질환 연구는 40편에 그쳤고, 근시·원시·난시 같은 굴절이상 연구는 6편으로 매우 제한적이었다. 특히 후안부 질환을 다룬 동물실험 연구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연구팀은 연구 축적의 방향성이 질환의 유병률과 연구 접근성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결막염이나 건성안은 증상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외래 진료 자료로 분석이 가능해 연구가 활발했지만, 후안부 질환은 잠복기가 길고 비가역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설계와 관찰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것이다.

연구 유형을 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단면 연구, 코호트 연구, 시계열 분석 등 다양한 설계가 활용됐다. 반면 동물실험은 대부분 쥐나 생쥐 모델에 눈에 직접 오염물질을 점적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로 인해 실제 대기 노출과는 다른 고농도·간헐적 노출이 적용되는 한계도 함께 확인됐다.

미세먼지는 눈 앞쪽만 봤다…후안부 질환 연구는 '공백'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가 안질환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경로도 정리했다. 전안부에서는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핵심 기전으로 제시됐으며, 건성안과 결막염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와 눈물막 불안정성이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후안부에서는 만성 염증과 혈관 기능 이상이 황반변성이나 녹내장과 연결될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연구 공백'을 명확히 짚었다. 고령화로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황반변성과 녹내장은 실명 위험이 높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오염과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검증한 연구가 부족했다. 이는 향후 예방 정책이나 환경 기준을 논의할 때 근거가 제한될 수 있음을 뜻한다.

김동현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한 환경에 노출된 환자를 진료할 때, 환경 요인을 하나의 임상적 위험 인자로 고려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며 "향후 안질환 예방 전략과 공중보건 정책 논의로까지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SEM이 메타분석이나 정책 연구의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가 충분히 축적된 영역에서는 정량적 분석을 시도할 수 있고, 연구가 부족한 영역에서는 우선적으로 연구 설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연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SEM은 연구 분포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특정 오염물질이 특정 안질환을 반드시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영문 논문만을 대상으로 했고, 회색 문헌이나 사전공개 논문은 제외돼 일부 연구가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독성학 및 환경 안전 학회지'(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