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건강보험' 거론한 李대통령, 국고지원은?…"정부 '21조' 미지급"

보험료 오르는데 정부 지원 제자리…지속 가능성 우려
재정 건전성 위해선 국고 증액해야…법적 의무 다해야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8.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근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건강보험 체계 내 지원을 주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건강보험의 법정 국고지원 기준은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지 주문된다. 보험료는 해마다 올라갔으나 역대 정부는 재정 상황이 여의찮다는 이유로 법정 국고지원금을 적게 주기 일쑤였다.

누적 미지급액이 18년간 21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 기준을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법안은 꾸준히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초고령화에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까지 산적한 현안이 많아 건보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예상 수입액의 14% 상당 금액"…과소지원 논란 제기

지난 2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보 재정에 정부의 국고지원 권한을 확대하는 취지가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지난 2024년까지 매년 건보 국고지원금을 덜 주는 방식으로 18년간 총 21조 6700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현행법은 정부의 지원금을 '해당 연도에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료 수입'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법정 비율을 적용해 왔지만, 예상 수입이 매년 보수적으로 산정돼 실제 예산에서는 국고지원이 반복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불렀다.

따라서 전진숙 의원안은 지원 기준을 '전전년도 결산상 보험료 수입'으로 바꿔 이미 확정된 수지를 감안한 채 부담하도록 했다. 지원 비율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20%,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같은 기준의 6%를 지원하도록 했다. 두 법안을 더하면 재정 지원 비율은 총 26%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는 국고지원에 명시된 일몰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정부의 항구적 지원을 촉구하는 의미도 부여했다. 앞서 유사한 법안들은 지속해서 국회에 계류돼 왔다. 현행 14%에서 17%로 지원율을 올리거나, 일몰 규정을 삭제하는 등이 담겼다.

국고지원이 강조되는 데에는 국가도 시혜가 아닌 법적 의무를 다하자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현행법은 건보료 예상 수입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이 중 14%는 일반회계, 6%는 담배부담금으로 조성된 건강증진 기금에서 마련하게 돼 있다.

그러나 국고지원은 매년 10% 초반대로 법정 기준에 모자랐다. 지난 2024년 건보료 수입은 83조 9520억 원으로 지출(92조 9640억 원)보다 9조 원가량 적었다. 법정 기준에 따른 정부 지원금은 13조 8051억 원이었지만 실제 지급은 12조 1658억 원으로 1조 6393억 원이 부족했다.

올해도 예상 보험료 수입의 14% 수준인 12조 7171억 원이 지원된다. 전년(12조 6000억 원) 대비 증액됐지만 여전히 모자란다.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정부가 지원해야 했을 금액은 149조 7617억 원이나 실제 지원은 128조 332억 원에 그쳤다. 누적 미지급액이 21조 7000억 원이다.

서울 소재의 2차 종합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수납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반면 가입자 부담은 커졌다. 올해 건보료율은 1.48% 올라 직장 가입자는 월평균 2235원, 지역 가입자는 1280원을 더 내게 됐다. 건보료 수입은 지난해 87조 7188억 원에서 올해 92조 9962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의료비 증가와 초고령화에 막대한 건보재정 지출이 예상된 데다 수년 내 건보 적립금마저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필수의료 투자와 구조개혁에 간병비 급여화까지 굵직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명시된 기준은 지키게끔 촉구하며 지원 영구화 논할 때"

그간 '(구)기획재정부'는 건보료 국고지원에 대해 "사회보험의 성격상 보험료 수입과 보험급여 지출 간 균형을 이뤄 재정을 운영하는 게 원칙"이라며 일몰규정 삭제 등을 두고 난색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국고지원의 명확화 취지에 동감한다면서도 적정 지원 수준에 대해 말을 아꼈다.

국고지원 확대가 재정 건전성에 절대적 요인은 될 수 없지만, 명시된 기준은 지키도록 촉구하며 지원을 영구화하고 그 규모를 확대하는 논의는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관련 법 개정에 "기준을 조정하면 재정의 안정적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조창호 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건보노조) 전문위원은 "건보 재원 조달은 기본적으로 가입자, 사용자(고용주), 국가(정부) 3자 구조에서 각자 3분의 1을 부담해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국가만 적게 부담하는 상황은 형평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창호 전문위원은 "이 대통령은 '국고 지원으로 건보 재정을 안정시키고, 보장성의 지속적인 확대로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면서 "비슷한 제도를 가진 일본은 28%, 대만은 36% 수준이다. 국고지원을 제대로 지킬뿐더러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