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응급실 뺑뺑이' 현장서 나온 외침…"책임만큼 보상·지원 절실"
복지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상황실에 모인 현장 관계자들
환자수용 가부 알아볼 시스템 고도화…새해 중 이송 개편안 마련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환자 이송·전원을 지휘하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품은 이곳에 29일 현장 관계자들이 모였다. 출입기자단 설명회 자리에서 오간 말의 결은 분명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환자 미수용 문제를 두고, 현장은 "하나의 정책이나 제도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현장 이송에서 전원, 최종 치료까지 단계마다 역량을 끌어올리고 책임성을 강화하되,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과 '충분한 지원'이 함께 따라야 한다는 명확한 해법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도 '인프라'와 '체계 개편'을 동시에 꺼내 든 상태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산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기반을 확충하고, 전문가·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인 이송 체계 개편 방안을 내년 중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의 답답함과 정부의 제도 설계가 같은 지점을 향해 가는지, 설명회 내내 그 간극이 질문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이날 "국민건강보험을 근간으로 한 응급의료체계는 (언제든, 의정사태 때에도) 잘 유지되고 있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중앙응급의료센터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의정사태 이전, 지난 2022년부터 올 6월까지 응급실 내 사망률은 0.5%를 유지했다"며 "초과 사망이 발생하지 않았다. 응급의료체계는 상당히 유지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공보이사는 "중증 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혼선을 줄이기 위한 전제로, 119 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이 동일한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KTAS)"으로 중증도를 판정하고 환자를 분류하는 과정을 신뢰·협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불안은 결국 환자 분류와 수용 판단, 그리고 그 이후 과정이 흔들릴 때 커진다는 취지였다.
이날 설명에서 국내 응급의료체계(EMS System)는 구조적으로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로 나뉜다는 점이 다시 정리됐다. 병원 전 단계에서 119 구급대는 현장 평가·응급처치·이송을 맡고, 소방본부 119상황실(구급상황관리센터)은 환자를 수용할 병원에 연락한다. 병원 단계에서는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더 고난도 치료가 필요하면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병원 간 전원 조정을 한다.
이 공보이사는 수용 능력 확인이 '편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응급진료를 제공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의학회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응급의료기관의 진료 능력과 이송 거리를 고려해 우선 수용을 권고하고, 해당 사례에 형사적 면책을 제공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건의하고 있다.
그는 결론을 '복잡다단'이라는 단어로 맺었다. 이 공보이사는 "응급의료체계는 매우 복잡다단해 하나의 정책이나 제도, 법제화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단계마다 제공자의 역량 강화와 책임성, 그에 따른 질 관리, 합당한 보상과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 의료계의 고도의 전문성, 윤리성, 책임성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책임'을 말하면서 동시에 '보상'을 함께 요구한 대목이 이날 현장의 문제의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 간 전원을 지원하고, 전국 6개의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도 수행한다. 설명회에서 공유된 수치도 현실의 무게를 드러냈다.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 중 1.5%가 전원되고, 중증 응급환자 전원 시 평균 8.8개 기관에 전원 의뢰가 이뤄진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 간 전원을 지원하고, 전국 6개의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도 수행한다. 설명회에서 공유된 수치도 현실의 무게를 드러냈다.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 중 1.5%가 전원되고, 중증 응급환자 전원 시 평균 8.8개 기관에 전원 의뢰가 이뤄진다.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센터가 수집하고 있는 실시간 병상 정보 등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119 구급대가 현장에서 힘들게 병원 선정하는 과정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정보 고도화와 '현장 부담' 해소가 연결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직설적으로 던져졌다.
이후 함께 찾은 상황실에선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선 병원 선정 업무 등을 도맡는 상황 의사와 실무 접수에 주력하는 상황 요원들이 24시간 교대로 끊김 없이 자리를 지키고, 상황실별로 지역 응급의료 거버넌스 유지를 돕는 상황 팀장도 배치돼 있었다.
센터는 앞으로도 △병상 등 의료자원의 플랫폼화 △상황 요원의 전문성 강화 △정보시스템 개선 △유관기관과의 협업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광역상황실 인력을 올해 120명에서 내년 150명으로 확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응급의료기관 지정 기준을 개선하고, 내년 중 전문가·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분석한 뒤 119 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이송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단계마다 역량 강화'와 '합당한 보상'이라는 현장의 절규가, 제도 설계와 예산·인력 지원으로 실제 이어질지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오간 발언들은 그 숙제를 남겼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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