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시리고 어지러우면 즉시 이동"…연말 타종 행사, 이럴 땐 피해야

영하 날씨 속 장시간 대기…체온 급강하·실신 위험 높아
응급상황 땐 소리보다 '손 흔들기'…시각적 구조 요청이 효과적

29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이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앞두고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위해 달구벌대종과 종각 주변의 묵은때를 벗기는 대청소를 하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연말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타종 행사에 수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체온증, 밀집사고 등을 주의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영하권 기온에서 장시간 서 있는 대기는 체온 저하를 가속화하고, 음주 후 인파에 합류하는 경우 낙상·압박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타종행사와 같이 야외에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는 체온 손실과 군중 심리로 인한 안전사고가 동시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황이다. 주최 측의 안전 대책과 별개로 개인이 스스로 건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영하 날씨에서 1시간 이상 야외에 서 있을 경우, 얼굴이나 손처럼 노출된 부위부터 체온이 빠르게 떨어진다"며 "손떨림, 발 시림, 가벼운 어지럼증은 저체온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즉시 따뜻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응급실에서는 연말 타종 행사 이후 저체온증, 실신, 심혈관계 이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매년 발생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나 고혈압, 협심증, 부정맥 등을 앓고 있는 환자는 군중 속 장시간 체류로 인해 혈압 상승, 흉통,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연말 타종 행사에 참여할 경우, 다음과 같은 건강 수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온을 위해 모자·장갑·목도리를 반드시 착용하고, 옷은 여러 겹 겹쳐 입는 것이 좋다. 발 시림을 예방하려면 양말을 두 겹으로 신거나 발난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장시간 서 있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중간에 허리를 펴고 다리를 움직이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반복해 혈액 순환을 유지해야 한다. 추위로 관절과 근육이 경직될 경우 넘어질 위험이 커지므로, 간단한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 낙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군중 밀집 구간에서는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 좋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구역에서는 팔을 몸통에 붙이고, 한쪽 발을 약간 앞으로 내딛는 사선 자세를 취하면 밀려도 균형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밀림이 시작되면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가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몸을 낮추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심장질환자, 행사 전 증상 확인하고 무리 말아야

음주 후 타종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피해야 할 행동으로 꼽힌다. 알코올은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체열 손실을 빠르게 하고, 인지·균형 감각을 떨어뜨려 낙상 및 압박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음주 시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돼 저체온증이 악화될 수 있으며, 특히 공복 상태에서의 음주는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심장질환, 천식 등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갑작스러운 추위와 군중 속 긴장감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 청소년과 노약자,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행사 참여보다 실내에서 안전하게 새해를 준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타종 행사 참여 전 증상 유무를 점검하고, 조금이라도 흉통·호흡곤란·두통이 있을 경우에는 무리한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행사 당일에는 구급차 접근이 어렵거나, 군중 속에서 구조가 지연될 수 있으므로 사전 대피 경로를 확인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의료계에서는 응급 상황에서는 소리를 지르기보다 손을 흔드는 시각적 신호가 효과적일 수 있으며, 위험을 느끼면 지체 없이 군중에서 이탈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조언한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