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한 해 마무리, 지금도 늦지 않은 금연…"좋은 선택"
겨울철 심혈관에 가해질 부담 상당…피로감 가시지 않아
"금연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 중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연말·연초가 되면 평소에는 지나쳤던 몸의 변화들이 느껴진다. 쉽게 가시지 않는 피로감이나 계단을 오를 때 예전보다 숨이 차는 순간이 그렇다. 흡연자라면 이런 변화 앞에서 한 번쯤 '담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겨울로 접어들수록 이런 신호는 명확해진다. 추운 환경에서는 체온 보존을 위해 피부의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전신혈관저항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혈압이 오르며 심장은 더 높은 압력에 일을 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 그 결과 심근의 산소요구량도 함께 증가한다.
여기에 흡연이 더해지면 심장과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은 한층 커진다. 니코틴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고 심근 수축력을 향상해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더 높인다. 31일부로 한 해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언제든 금연을 결심해야 한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심부전 환자는 흡연으로 관상동맥 수축이 발생하면 이미 증가한 심근의 산소요구량에 비해 산소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여기에 흡연으로 생성되는 일산화탄소가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까지 떨어뜨릴 때 심근 허혈의 위험은 더 커진다.
그런데 금연을 시작하면 몸은 생각보다 빨리 바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끊은 지 20분만 지나도 혈압과 맥박이 점차 안정화되고, 하루가 지나면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면서 심장의 부담이 줄어든다.
48시간 이내 후각과 미각이 개선되면서 음식 맛이 좋아진다. 이후 몇 달 동안 혈액순환과 폐 기능이 회복되면서 숨이 덜 차고 9개월 정도면 아침마다 반복되던 기침이 줄어드는 변화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금연 1년 후에는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흡연자와 비교해 반으로 줄고, 시간이 지날수록 뇌졸중과 폐암을 포함한 각종 암의 위험도 점차 감소한다. 흡연 기간이 길었거나 나이가 많아도 금연의 효과는 나타난다. 금연은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많은 흡연자가 금연을 혼자서 참아내야 하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니코틴 의존은 뇌의 보상 체계와 관련된 문제로, 단순한 습관 교정과는 다른 중독으로 이해해야 한다. 금연 과정에서 불안, 초조,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와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미 잘 알려졌지만, 담배 연기에는 약 70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종의 유해 화학물질 그리고 초미세먼지가 포함돼 있다. 흡연은 단순히 기침, 구취, 치아 변색 같은 일상적 불편을 넘어서 전신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등 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여겨지나, 유해 물질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니코틴은 코카인이나 헤로인처럼 강한 의존도를 유발하는 물질로 금단 증상을 부른다. 스스로 금연을 시도하면 6개월 이상 성공 확률은 약 4%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박계선 분당제생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의사 및 금연 전문가와의 상담만으로도 약 8%, 금연보조제 사용 시 약 25%까지 성공률이 오르므로 가능하다면 금연 클리닉을 방문해 니코틴 의존도를 확인하고 개인별 금연 상담, 보조제 사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리닉 방문이 어렵다면 금연상담전화 등을 확인해 봐도 된다. 상담 전화는 1년간 유지관리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비참여자보다 성공률이 30%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지금 금연을 결심하는 게 건강한 미래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전했다.
이규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 실패를 개인 의지 부족으로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전문 의료진과 함께라면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클리닉에서는 흡연 기간과 흡연량,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한 뒤 금단 및 갈망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와 흡연을 부르는 신호를 조절하는 상담 치료를 함께 진행한다"며 "금단 증상을 줄이고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금연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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