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던 아이들, '돌봄 놀이터' 다니자 달라졌다…"TV·스마트폰 시청 뚝"

복지부, 아동 5000여명 분석해 성과 발표…즐거움·재참여 의향 90점대
하루 1시간 이상 운동하는 아이, 10% 가까이 증가

건강한 돌봄놀이터 주요 성과ⓒ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아동비만 예방 프로그램이 실제 체중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좌식 생활 증가로 아동 비만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놀이 중심의 개입이 식습관과 신체활동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점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한 '건강한 돌봄놀이터'의 2025년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참여 아동의 비만군 비율과 체질량지수, 신체활동 실천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23일 밝혔다.

건강한 돌봄놀이터는 방과 후 돌봄 환경을 활용해 놀이형 신체활동과 영양·식생활 교육을 제공하는 아동비만 예방 사업이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돌봄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 다함께 돌봄센터 등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설계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 사업을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 TV 시청과 스마트폰 이용 증가 등으로 아동의 좌식 생활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발표한 '2024년 학생 건강검사 결과'에 따르면 비만군 학생 비율은 2019년 25.8%에서 2024년 29.3%로 5년 새 3.5%포인트(p) 증가했다. 이는 비만군은 과체중과 비만을 합친 수치다.

지역별 격차도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읍·면 지역 학생의 비만군 비율은 33.1%로, 도시지역 학생(28.6%)보다 4.5%포인트 높았다. 다만 2023년과 비교하면 지역 간 격차는 5.7%포인트에서 1.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생활습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건강한 돌봄놀이터’를 통해 예방 중심의 개입을 확대해 왔다. 올해부터는 기존 늘봄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 더해 다함께 돌봄센터 등 아동복지시설까지 대상 범위를 넓혔다.

올해 사업에는 전국 160개 보건소와 257개 초등학교, 174개 지역아동센터·다함께 돌봄센터 등이 참여했다. 참여 아동 수는 약 88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프로그램 전후 신체계측과 설문조사가 모두 완료된 약 5200명을 대상으로 성과 분석이 이뤄졌다.

그 결과, 비만과 과체중을 포함한 비만군 비율은 28.9%에서 26.7%로 2.2%p 감소했다. 체질량지수(BMI) 역시 평균 17.58kg/㎡에서 17.54kg/㎡로 0.04kg/㎡ 줄었다. 단기간 변화지만, 체중 증가 속도를 늦추고 관리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신체활동 실천 수준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루 1시간 이상 운동을 실천하는 아동 비율은 33.8%에서 44.5%로 10.7%p 증가했다. 반대로 하루 1시간 이상 TV 시청이나 컴퓨터·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아동 비율은 50.1%에서 41.3%로 8.8%포인트 감소했다. 좌식 생활이 줄고 활동량이 늘어난 것이다.

운동행동변화단계 점수도 3.50점에서 3.96점으로 0.46점 상승했다. 이는 아동이 운동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준비 단계에 머무르던 상태에서, 실제 실천이나 유지 단계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식생활 행태 역시 개선됐다. 채소·과일 섭취, 규칙적인 식사, 건강 간식 선택 등을 종합한 건강식생활 실천 점수는 평균 74.2점에서 80.0점으로 5.8점으로 올랐다. 놀이형 영양교육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식습관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아동 비만예방사업 '건강한 돌봄놀이터' 개요(보건복지부 제공)
참여 아동 248명→8800명…늘어난 이유는 '놀이 방식'

돌봄 놀이터는 강의식 수업 대신 놀이와 체험 중심으로 구성해, 아동이 즐기면서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영양 프로그램은 식품 색깔 맞추기, 식단 구성 놀이, 건강 간식 만들기 등으로 구성됐고, 신체활동 프로그램은 전통놀이와 협동놀이, 뉴스포츠 등 총 90여 종의 활동을 조합해 운영됐다.

참여 아동의 종합 만족도는 91.4점으로 나타났으며, 프로그램의 즐거움은 92.0점, 재참여 의향은 90.8점, 건강에 도움이 된 정도는 91.5점을 기록했다. 사업에 참여한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보건소 등 관계자 만족도 역시 평균 92.5점으로 집계됐다.

사업 운영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8개 보건소, 248명의 아동 참여로 시작해, 2021년에는 125개 보건소, 8780명으로 늘었다. 2023년에는 171개 보건소, 1만 3594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160개 보건소, 약 8800명이 참여했다. 참여 기관은 초등학교뿐 아니라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 돌봄센터 등으로 다변화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 사업을 통해 아동비만 예방을 단기 체중 관리가 아닌 생활습관 형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학교 수업 외 시간에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유도해 장기적인 건강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정혜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아동 비만 예방과 관리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지역사회와 협력해 아동이 일상에서 건강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초등 중학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 매체를 확대 및 개정해 내년 상반기에 배포할 예정"이라며 "내년도 사업 참여 기관 모집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