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3년만 간이식 1500례…"관계 회복된 가족 보면 보람"
서울성모병원 간이식팀 이끄는 유영경 교수와 장정원 교수
뇌사 공여 적어 대부분 생체 이식…"간 위해선 술 끊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수많은 혈관을 연결해야 하는 간이식은 고난도 수술이지만 우리나라의 간이식 성공률은 100%에 가깝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의료진도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국내 간이식 발전에 이바지하며 최근 누적 1500례를 달성했다. 지난 1993년 처음 시행한 뒤 33년간 꾸준히 간과 신장 동시이식, 골수이식 후 간이식,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등 수술 가능한 사례를 확대해 온 성과다.
이달 10일 서울 서초구 병원 내에서 뉴스1을 만난 유영경 간담췌외과 교수와 장정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갑작스럽고, 고민 끝에 이뤄진 간이식으로 가족 간 관계도 회복된 사례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당연한 얘기지만 이식 환자는 물론, 일반인도 술을 마시지 않아야 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간은 인체에 쓰고 남은 영양분을 축적하는 대사기능, 우리 몸속 단백질과 효소의 생산 기능, 알코올 등을 해독해 체외로 배출하는 해독작용, 간 속 대식세포가 체내 유해한 세포들을 처리하는 방어기전 총 4가지 기능을 한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만큼 상당히 손상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간이식은 기능을 잃은 환자의 간을 제거하고 건강한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말기 간 질환, 간세포암, 급성 간부전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간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논의될 최후의 치료법이다. 유영경 교수와 장정원 교수는 "'간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라는 말에 환자와 그 보호자는 깜짝 놀라기 일쑤"라며 "각 사례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간이식을 가장 많이 받는 질환은 간경변이고 간암이 뒤를 잇는다. 원인은 B형간염, 알코올성 간염, C형간염 순으로 많다. 다만 이런 질환에 더해 복수나 황달, 출혈 등 합병증이 있을 때 간이식을 결정한다. 간경변 관련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되도록 빠른 시일 내 간이식 수술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누가 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느냐다.
국내에선 뇌사자 기증이 극히 저조해 대부분 가족이나 친척 등의 생체 이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간염 등 감염성질환이 없거나 제공할 간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수술 방법에 따라서는 간을 통째로 이식하거나 부분 이식한다. 질환에 따라 수술 방법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보통 뇌사자 간이식은 간 전체를 받고 생체 간이식은 간 일부를 떼어 이식한다.
간이식은 워낙 어려운 데다 '장기이식의 꽃'으로 불린다. 기존에 망가진 간을 절제하고 이식받는 간을 심어 혈관과 담관을 연결해 준다. 수술 진행이 복잡하고 출혈도 많을 수 있다. 장 교수는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위중해, 하루속히 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유 교수는 "다들 '3D' 과정이라고 하나, 최근에는 감사하게도 전공의 1명이 수련받는 중"이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뇌사 장기기증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관련 지원책 등이 요구된다. 뇌사자 간이식은 간 전체를 받고 나눠 2명에게 기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유 교수는 생체 기증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신 기술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복강경을 이용해 간기증자의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고안해 냈다.
아울러 관련 모든 진료과와 장기이식센터의 전문 코디네이터 팀이 24시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술 전부터 수술 후 건강관리까지 최적의 결과를 위해 협진하며 고난도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간이식을 앞두면 공여자와 환자 모두 이런저런 걱정을 하게 되는데, 국내 수술 성공률은 100%에 가까워 적당한 때 이식받기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요즘에는 고령이어도 간이식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 대신 회복이 더 오래 걸릴 수 있어 의료진의 면밀한 판단하에 이뤄진다. 장 교수를 만난 80대 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반드시 기증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 수술이 무사히 진행됐다. 수혜자와 기증자 간 관계도 회복됐고, 이후 삶이 안정됐단 후일담을 들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반면 두 사람은 알코올 관련 질환 때문에 간을 이식받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식받고도 술을 다시 마셔 가족끼리 싸우기도 한다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에겐 알코올중독 등을 의심해 보고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원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일반인도 화려한 주류 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면 좋겠다. 적정 음주량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맥주 기준 300cc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나 잘 따르지 않는 게 문제다. 이들은 복용 필요성을 거듭 당부하며 면역억제제를 언제쯤부터 먹지 않아도 될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사질환 환자가 늘 수밖에 없고 평균 수명 향상 등에 따라 간이식이 필요한 사례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금주, 절주 등으로 간 건강을 지키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유영경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프로필
△가톨릭대 의대 의학사, 의학 석·박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부교수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과장 △가톨릭의대 외과학교실 교수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암센터장 역임 △대한이식학회 이사 △대한 간이식 연구학회 회장 역임
장정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프로필
△가톨릭대 의대 의학 박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교수/부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간학회 만성B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 위원장 △대한간학회 학술이사, 부총무이사 역임 △대한간학회 총무이사, 학술이사, 기획이사, 재무이사 역임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