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죽고싶단 생각 안들게"…포항시, 집앞까지 가는 자살예방 지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기획]②포항시 맞춤형 현장대응
원스톱 체계로 경제난이 자살 사고로 이어지는 고리 끊어내

편집자주 ...자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상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선 이를 막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뉴스1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추진한 자살예방 활동의 성과를 소개하고, 검증된 정책과 현장 모델의 전국적 확산 필요성을 짚어본다.

서울 마포대교 모습. 2025.2.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돈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 이제 혼자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북 포항시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벼랑 끝에 몰린 시민들을 위해 추진 중인 경제위기군 자살예방사업 '돈 워리 비해피'가 현장형 맞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부터 이어진 이 사업은 단순 상담을 넘어 집 앞까지 찾아가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며, 경제위기 이웃들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자살사망 요인 중 경제생활 문제는 정신과적 문제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경북 지역의 경우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2020년 26.7%에서 2023년 32.1%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자살사망자의 60.7%가 생전에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험했고, 상당수가 사망 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기관과 법률 자문기관을 찾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경제적 위기가 곧 자살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는 구조가 통계로 드러난 셈이다.

찾아가는 상담소 통해 고위험군 선별

포항시는 이러한 경제적 위기를 겪는 주민을 '경제위기군'으로 정의하고, 이들을 집중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자살 고위험군에 심리·정서 지원뿐 아니라 생활 안정, 치료, 주거환경 개선까지 함께 제공해 경제난이 자살 사고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협약을 맺고 채무조정 신청자, 실직·휴직자 가운데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조기에 발굴하고 있다. '은둔고립청년 자살예방 협의체'를 운영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의료급여 신규 책정자 교육 현장에는 이동 상담을 연계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안내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협력체계가 고위험군을 찾아내는 눈을 키운 뒤에는 '찾아가는 상담소'가 직접 발걸음을 옮긴다. 포항시는 신용회복위원회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내방객을 대상으로 월 1회 이상 이동 상담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정신건강검사와 옴니핏(뇌파·맥파) 검사 등을 통해 고위험군을 선별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정신건강 외래진료 동행 서비스 제공

발굴된 고위험군에는 맞춤형 서비스가 이어진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1인 가구 중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 지원사업 '마음애(愛)밥'은 주 1회 도시락 전달과 말벗 서비스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소상공인 마음건강증진 프로그램 '죽마고우'와 법률위기군을 겨냥한 '손잡고 희망으LAW'가 도입됐다. 죽마고우는 죽도시장 상인 등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우울·스트레스 검사, 생명지킴이 교육 등을 진행하며 상권 내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조기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손잡고 희망으LAW는 위기 상황에 놓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채무, 가정문제, 형사·민사 소송 등 법률문제에 대한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 과정에서 심리적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즉시 연계한다.

또 정신건강 외래진료 동행 서비스 '마음안심동행'을 통해 병원·약국 이용이 어려운 주민에게 전용 차량과 전담 직원을 붙여 출발부터 귀가까지 함께한다. 사후 관리 역시 AI 케어콜 등을 활용해 안부를 확인하고, 우울감이 심해지는 신호를 조기 포착해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포항시 관계자는 "경제위기 자살 고위험군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정신건강·복지·금융·법률 등 유관 서비스를 한 번에 연계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협력 기관 간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자살 예방 사업을 확대·내실화했다"고 설명했다.

1derland@news1.kr